그건 옥패 한 조각이었다. 겉보기엔 별다를 것 없어 보였지만 눈치 빠른 도강우는 곧바로 주세원의 속내를 눈치챘다.
도강우는 경매 목록과 초대장을 함께 집어 들며 말했다.
“갈게.”
그가 답하자 주세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미소 지었다.
“기다리고 있을게.”
말을 마친 그는 도강우의 사무실을 나섰다.
도강우는 다시 경매 목록에 실린 그 옥패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것은 서영 시기의 희귀한 옥패였다. 그 자체로도 귀하지만 더욱 중요한 건 이 옥패를 공철민 어르신이 무척 좋아한다는 사실이었다.
공철민 어르신은 약초 산 하나를 통째로 소유하고 있는 인물로 제약계에서도 그 자원을 탐내는 이가 수두룩했다.
이 옥패는 반드시 손에 넣어야 했다.
이틀 후, 경매 당일.
심하윤은 붉은색 롱드레스를 입고 등장하자마자 남성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그녀는 초대장을 문 앞 안내원에게 건넸다. 안내원은 초대장을 확인하더니 곧장 표정을 다잡고 정중하게 인사했다.
“알렉스 님, 어서 오십시오. 주 대표님께서 제일 좋은 자리로 준비해 두셨습니다.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심하윤은 미소를 지으며 안으로 들어섰다.
그녀가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도강우와 임다인도 도착했다.
임다인의 눈은 촉촉이 젖어 있었고 도강우를 애절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도강우는 굳은 표정으로 방금 들어간 붉은 드레스의 실루엣을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저 뒷모습... 왠지 낯이 익는데.’
“강우야?”
그가 멍하니 안쪽만 바라보다 못해 따라 들어가려는 기세를 보이자 임다인이 그의 팔을 붙잡았다.
“초대장부터 확인해 주고 들어가야지.”
도강우는 임다인의 손을 언뜻 바라보다가 불쾌하다는 듯 시선을 돌렸다. 임다인은 바로 손을 거두었고 얼굴엔 어색한 웃음이 번졌다.
5년 전 심하윤이 떠난 뒤로 도강우는 단 한 번도 누군가에게 다정하게 굴지 않았다. 팔짱을 끼는 것 같은 친밀한 스킨십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손님의 방문 여부는 본인의 자유입니다.”
그 태도에 임다인은 괜히 도강우를 올려다보며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도강우는 잠시 별실 칸막이를 바라보다가 시선을 다시 매니저에게 돌렸다.
“여기 방침상 손님의 신원을 공개하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매니저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주 대표님께서 특별히 말씀하셔서 알려드린 겁니다.”
주세원이 허락한 일이라는 말을 들은 도강우는 가볍게 손짓으로 매니저를 내보냈다.
주세원은 여우처럼 굴지만 그의 행동엔 항상 뭔가 숨겨진 의도가 있었다. 하지만 도강우는 그 의도를 굳이 파고들고 싶지는 않았다.
그때 임다인이 일부러 그의 어깨에 기대듯 가까이 붙으며 물었다.
“강우야, 나 알렉스의 소장품들에 대해 얘기 들었어. 일반 전시장에선 절대 못 본다던데... 혹시 볼 수 있을까?”
“그 사람은 웬만해선 사람 안 만나. 정말 보고 싶으면 비서한테 연락해 보든가.”
도강우는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임다인은 순간 표정이 굳어지더니 속상한 듯 고개를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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