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하게 침대에 앉은 모습을 본 심유준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다인아, 괜찮아? 어디 아픈 데는 없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묻는 심유준을 보니 임다인은 짜증이 치솟았다.
“왜 강우는 날 보러 안 오는 걸까?”
도강우를 언급하자 심유준은 잠깐 당황하더니 이내 시무룩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다인아, 널 걱정하는 사람은 오직 나뿐이야. 나 좀 봐줘.”
그의 불만에 임다인은 다시 고개를 들었다.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아, 미안해. 난 오빠들이 언니 정체를 알게 되면 날 싫어하게 될 게 분명하니까 강우가 떠오른 거였어.”
“정체라니?”
심유준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
“심하윤한테 무슨 정체가 있는데? 설마 대단한 인물이라도 되는 거야?”
말을 마친 심유준은 아무리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어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러면서 임다인의 이마를 살짝 때렸다.
“그런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 난 영원히 네 편이니까.”
고민도 없이 대답하는 심유준에 임다인은 조금 당황하고 말았다. 이내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언니가 알렉스여도?”
“알렉스?”
심유준은 웃음이 터졌다.
“다인아, 넌 농담은 하지 않는 게 좋겠어. 심하윤이 어떤 사람인지 몰라서 그래? 주변 사람마저 불행하게 만드는 폐인 같은 존재야. 그런데 알렉스라니. 말도 안 되잖아.”
그가 믿지 않자 임다인의 눈이 반짝 빛났다.
“언니는 알렉스가 맞아. 주세원 씨가 직접 말해준 거야. 그런데 나도 궁금하네. 언니가 언제부터 주세원 씨와 친해진 거지?”
“그럴 리가!”
듣고 있던 심유준이 벌떡 일어났다. 그는 병실을 이리저리 오가며 계속 중얼거렸다. 그러다가 고개를 돌려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임다인을 보았다.
“그 재수 없는 심하윤이 알렉스라고? 그럼 그 돈은 어디서 난 거지?”
“유니, 그냥 우리 오빠가 따라가게 해줘. 오빠가 아주머니한테 사람의 마음을 홀리는 방법도 배워왔거든. 어쩌면 어르신 기분 좋게 해줄지도 모르잖아.”
유니는 성가연이 심하윤을 부르는 애칭이었고 이름의 마지막 글자에서 따온 것이었다.
심하윤은 고개를 돌려 성시완을 보았다. 성시완은 안경을 추켜올리며 젠틀한 미소를 지었다. 오늘 그녀를 따라가게 해주지 않으면 재단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할 것이 분명한 미소였다.
“그럼 부탁할게.”
그녀는 말을 마친 후 성시완과 함께 나왔다.
두 사람은 공씨 일가 저택으로 온 뒤 찾아온 이유에 관해서도 자세하게 말했지만 경비원은 심하윤의 얼굴을 보자마자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쪽이 심하윤이에요? 얼른 사라져요. 우리 어르신께서는 그쪽을 만나고 싶어 하지 않으시니까.”
그러면서 그녀를 째려보기도 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성시완과 눈빛을 주고받다가 다시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경비에게 말했다.
“아저씨,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경비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남자한테 빌붙어 사는 여자는 어르신께서도 차고 넘칠 정도로 봐왔어요. 만나기 싫다고 하는데, 이유가 필요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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