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도 좋지만 번호판도 보기 드문 좋은 번호판이었다.
선팅 때문에 안에서는 밖이 보여도 밖에서는 안을 볼 수 없었다.
정라엘은 안에 있는 강기준을 볼 수가 없었지만 그가 서늘한 시선으로 자신과 육지성을 바라보고 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그가 왜 갑자기 찾아온 걸까?
정라엘은 육지성을 바라보았다.
“지성 씨, 시간이 늦은 것 같은데 난 이만 기숙사로 돌아가 볼게요.”
육지성은 웃어 보였다.
“그래. 다음번에 같이 놀자.”
육지성은 페라리에 탔고 이내 소리를 내면서 떠나갔다.
정라엘은 그 자리에 서서 육지성이 떠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롤스로이스 쪽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손을 뻗어 뒷좌석 문을 열고 차에 앉았다.
롤스로이스는 평온하게 달렸다. 화려한 차 내부에서 강기준은 마디마디 분명한 큰 손으로 핸들을 돌렸다. 밤이 되니 화려한 불빛이 투명한 창문을 통해 그의 얼굴 위로 쏟아졌는데 어쩐지 흑백 영화 같기도 했다.
정라엘이 먼저 침묵을 깨뜨렸다.
“기준 씨, 무슨 일로 날 찾아온 거야?”
강기준의 허스키한 목소리는 평소보다 더 냉담했다.
“정말로 지성이랑 만나는 거야?”
정라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너랑 지성이는 안 어울려.”
“왜?”
“육씨 가문이 널 마음에 들어 할 것 같아? 육씨 가문은 좋은 집안의 딸을 원해. 넌 육씨 가문에 발을 들일 수 없을 거야. 기껏해야 지성이랑 연애나 하겠지.”
강기준은 늘 그녀를 무시했다. 그는 아마 자신이 하는 말이 얼마나 상처가 되는지 모를 것이다.
“그러면 그냥 연애나 하지, 뭐.”
‘뭐라고?’
강기준의 기다란 손가락이 핸들을 꽉 쥐었다. 그는 시선을 들어 거울을 통해 정라엘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은 그렇게 핏기를 잃었으나 이내 원상복구 되었다. 순간 강기준은 어떠한 충동이 들었다.
“만약 지성이랑 헤어진다면 난...”
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정라엘이 그와의 거리를 좁히면서 그의 얼굴에 짧게 입을 맞췄다.
강기준은 흠칫했다.
정라엘은 그의 뺨에 입을 맞추더니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냥 해.”
강기준의 목젖이 위아래로 움직였다. 그는 조롱하듯 웃었다.
“지성이는 네가 걔랑 사귈 때 나랑도 놀아난다는 걸 알아?”
정라엘은 그를 바라보았다.
“이번 한 번뿐이야. 이건 빚을 갚는 거니까. 기준 씨, 앞으로는 날 찾아오지 마.”
빨간불이었다. 강기준은 차를 멈추고 가라앉은 눈빛으로 정라엘을 바라보았다.
정라엘의 부드럽고 흰 손이 그의 널따란 어깨에 얹어졌다. 정라엘이 먼저 그에게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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