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엘의 마지막 말은 점점 작아지다 흐려졌다.
강기준은 뒷부분을 제대로 듣지 못했고 피임약을 더 이상 먹고 싶지 않다고 말한 것만 들었다.
자연스럽게 그의 머릿속에는 지난번 그녀가 육지성을 위해 피임약을 먹었다가 알레르기로 기절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는 입가에 싸늘한 냉소를 띄우며 비웃듯 말했다.
“다른 남자 때문에 피임약을 먹었으면서, 왜 나 때문은 못 먹겠다는 건데?”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언제 다른 남자를 위해 피임약을 먹었어?’
과거 강기준은 그녀를 오해하고, 남자를 많이 만나봤을 거라며 모욕했었다. 그때는 그냥 그러려니 넘겼다.
그러나 적어도 그날 밤 그녀가 처음이었다는 걸 알았을 텐데도 여전히 이런 말을 하자 분노가 치밀어 오른 정라엘은 주먹을 꽉 쥐고 강기준의 가슴을 힘껏 내리쳤다.
정라엘은 여전히 그를 원망하고 미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강기준은 피하지 않고 그녀의 공격을 그대로 받아낸 뒤, 손을 뻗어 그녀의 작은 주먹을 감싸 쥐었다. 그러고는 그녀의 손을 자연스럽게 잡아끌며 걸음을 옮겼다.
“잠깐, 아직 콘돔 안 샀어.”
정라엘이 낮게 속삭이자 강기준이 걸음을 멈추고 상품 진열대를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이 닿은 곳엔 여러 크기의 박스들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다시 한번 기회 줄 테니, 직접 골라.”
강기준의 의미심장한 시선 아래 정라엘은 조용히 손을 뻗어 가장 큰 사이즈의 제품을 집어 들었다.
그녀는 순순히 따를 수밖에 없었다.
강기준은 비웃음을 흘리며 그녀를 계산대로 데려가 결제를 마친 후 다시 그녀를 차에 태웠다.
롤스로이스 팬텀 안에서 정라엘은 시간을 확인했다.
여기서 타운하우스까지는 약 30분 거리였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정라엘은 조용히 운전석 옆에 앉아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기준 씨, 타운하우스로 가.”
강기준의 시선이 그녀의 작은 미인점이 자리한 새하얀 얼굴에 닿았다.
그는 갑자기 입을 열었다.
“내 무릎에 앉아.”
정라엘이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강기준이 손을 뻗더니 그녀의 허리를 단숨에 휘어 감아 그대로 자신의 탄탄한 허벅지 위에 올려놓았다.
남자의 다리는 단단하고 강했다. 그 위에 가녀린 몸이 올려지자 정라엘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기준 씨, 아파... 너무 아파.”
아프다고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가녀리고 한편으로는 아찔한 매력을 품고 있었다.
강기준은 그 순간 낯설지 않은 감각에 온몸이 굳어졌다.
이 목소리는 그날 밤 꿈속에서 그가 들었던 소리였다.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선명해졌다. 그것이 단순한 꿈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깨달음이 밀려왔다.
그날 밤, 그녀를 품에 안고 있었던 그 뜨거운 감각이 전부 현실이었을 수도 있었다.
강기준의 눈빛이 더욱 깊고 어두워졌다.
“아파도 참아.”
그는 낮게 속삭이더니 붉어진 그녀의 입술을 거칠게 삼켰다. 정라엘은 그에게 완전히 휘말려 질식할 것만 같았다.
손바닥만 한 작은 얼굴이 금세 붉게 물들었고 숨이 가빠진 그녀는 본능적으로 그의 혀를 깨물었다.
갑작스러운 통증에 강기준이 입술을 떼었다. 그 사이 정라엘은 급하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녀의 긴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 초조하고도 위태로운 모습은 더욱 유혹적이었다.
강기준은 그녀의 턱을 잡아 올려 억지로 고개를 들게 했다.
“정라엘, 지금 넌 내게 잘 보여야 할 입장이야. 또 깨물면 네 소중한 친구를 다시는 못 볼 줄 알아.”

ความคิดเห็น
ความคิดเห็นของผู้อ่านเกี่ยวกับนิยาย: 식물인간 남편이 깨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