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준이 조수석 문을 열려고 손을 뻗었지만 정라엘은 뒷좌석 문을 열고 차에 올라탔다. 순간 강기준의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멈칫했다.
“빨리 출발해. 반드시 소윤이를 최대한 빨리 찾아야 해.”
강기준은 룸미러를 통해 정라엘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뒷좌석에 앉아 고개를 푹 숙인 채 휴대폰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창백해진 얼굴과 함께 맑고 또렷한 이목구비가 한층 더 돋보였다.
그녀의 마음은 온통 배소윤에게 가 있었다. 그를 본 것도 단 한 순간이었다.
이제 두 사람은 앞과 뒤로 있었고 서로에게서 멀어지고 있었다.
강기준은 시선을 거두고 가속 페달을 밟았다.
“알겠어.”
...
배소윤은 너무니 가슴이 아파 내내 울고 있었다. 그런데 한참을 울다 보니 뭔가 이상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집으로 가는 길과 전혀 달랐다. 게다가 점점 더 한적해지고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배소윤은 운전석을 향해 눈길을 돌렸다.
“기사님, 여긴 한빛로가 아닌데요. 어디로 가는 거예요?”
운전사는 천천히 야구모자를 벗었다. 그제야 드러난 얼굴엔 깊은 상처 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좋은 곳으로 데려다줄게.”
순간 배소윤은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그를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마침내 기억이 떠올랐다.
바로 최근 경찰이 수배 중인 살인마였다. 이 연쇄살인범은 늘 비 오는 날 범행을 저질렀다. 한 달 사이 이미 두 명의 여대생이 그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손발이 얼어붙듯 차가워진 배소윤은 그제야 자신이 그 악마의 차에 올라탔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 이 순간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었다.
“당장 차 세워요!”
배소윤은 급히 문을 열려고 손잡이를 잡았지만 이미 잠긴 상태였다. 가만히 당할 수 없었던 그녀는 곧바로 운전대 쪽으로 손을 뻗어 핸들을 거칠게 틀었다.
순간 차가 옆으로 흔들렸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격에 살인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이를 악물고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차가 급정거하자 살인마는 밖으로 나와 조수석 문을 열더니 배소윤을 강제로 끌어내려 그대로 바닥에 내던졌다.
짜악.
얼굴을 찢을 듯한 강렬한 충격이 전해지며 뺨이 얼얼했다.
임씨 가문의 귀한 딸이었던 배소윤에게 이런 폭력이 가해진 건 처음이었다.
“얼굴은 이 모양인데, 몸매는 끝내주네?”
그는 짐승 같은 눈빛을 번뜩이며 그녀를 덮치려 했다.
“꺄악!”
배소윤은 필사적으로 비명을 질렀다.
이제 끝인 걸까?
못생겼다는 이유로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고, 못생겼다는 이유로 모욕당하고...
이렇게 살아온 인생의 결말이...
절망이 온몸을 덮쳐올 때 갑자기 단단하고 길쭉한 손이 한쪽에서 뻗쳐 나와 살인마의 뒷덜미를 꽉 움켜쥐었다.
순식간에 살인마의 몸이 힘없이 뒤로 날아갔다.
쿵.
비는 점점 거세졌다. 몸을 감싸고 두려움에 떨던 배소윤은 조심스럽게 눈을 들어 자신을 구해준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젖은 속눈썹 사이로 어둠 속에서도 강렬한 존재감을 뿜어내는 한 남자의 실루엣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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