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엘과 배소윤은 같은 이불 속에 몸을 웅크린 채 자지 않고 계속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배소윤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라엘아, 너 혹시 그런 남자 만나본 적 있어?”
“어떤 남자?”
배소윤의 머릿속에 짧은 머리의 잘생긴 얼굴이 떠올랐다.
“그러니까 엄청 차갑고 되게 쿨한데 싸움을 너무 잘해. 좀 무섭기도 하고...”
정라엘은 옷걸이에 걸려 있는 검은색 야구 점퍼를 힐끗 보았다. 원래 배소윤이 입고 있었지만 벗어서 걸어둔 상태였다. 분명 배소윤을 구해준 남자가 남기고 간 것이었다.
정라엘은 입꼬리를 올리며 장난스럽게 물었다.
“혹시 진도준? 학교에서 제일 잘생긴 애?”
배소윤은 부끄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러자 정라엘이 의미심장하게 눈을 찡긋했다.
“설마 네 목숨을 구해준 은혜에 보답하려고 몸 바쳐서 갚으려는 건 아니지?”
“라엘아!”
배소윤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됐어! 너랑 얘기 안 해!”
정라엘은 깔깔 웃었다. 배소윤은 얼굴을 붉히며 그녀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웃지 마!”
창밖에서는 빗줄기가 세차게 내리고 있었고 작은 방 안에서는 두 소녀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며 웃고 있었다. 소박하고 좁은 공간이었지만 따뜻함이 가득했다.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강기준이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제발 나 좀 놀리지 마. 이런 얘기 누구한테 할 수도 없고 그냥 새언니인 너한테만 말하는 거야.”
배소윤이 투덜거리며 말했다. 그녀에게 정라엘은 단순한 친구가 아니라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언니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그때 정라엘이 눈을 가늘게 떴다.
“잠깐만 새언니라니? 무슨 소리야?”
배소윤은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
‘아차, 라엘이는 아직 내 정체를 모르잖아.’
정라엘은 예전에 배소윤에게서 사촌 오빠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뭘 닮았는데?”
정라엘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야생마 같아. 너랑은 전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이야.”
배소윤은 잠시 생각에 잠겼지만 금세 졸음이 몰려왔다. 그녀는 정라엘의 손을 꼭 붙잡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어쨌든 옷은 반드시 세탁해서 돌려줘야 해. 직접 만나서 고맙단 말도 해야 하고. 라엘아, 나 졸려. 이제 자자.”
정라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자자.”
그렇게 두 사람은 깊은 잠에 빠졌다. 하지만 강기준은 여전히 깨어 있었다.
옆에서 속삭이던 두 사람 때문에 처음부터 잠들지 못했다.
그는 옆에 누운 정라엘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이불 속에 얼굴을 묻고 평온하게 자고 있었다. 그는 조용히 손을 뻗어 그녀의 이불을 살짝 걷었다.
그 순간 그녀의 가느다란 다리가 드러났다. 방금 그녀는 왼쪽 다리를 부딪쳤지만 배소윤에게 보여준 건 오른쪽 다리였다. 실제로는 왼쪽 종아리가 심하게 부어 있었다.
정라엘은 배소윤에게 다친 걸 보여주지 않은 것이었다.
강기준은 배소윤이 왜 그렇게 정라엘을 좋아하는지, 왜 정아름과 친해질 생각이 없는지 이제야 모든 걸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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