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준은 그녀에게 이곳이 위험하니 빨리 떠나라고 다그쳤다.
뒤에 사람들이 쫓아오면 그녀는 더 이상 살아서 이곳을 벗어날 수가 없다.
다만 여자아이는 꿈쩍하지 않았다. 어디 그뿐일까. 애를 쓰며 그를 이끌고 외진 동굴로 들어갔다.
여자아이는 그에게 말했다.
“오빠, 여긴 아주 안전해요. 그 사람들 절대 못 찾아올 거예요.”
그는 여자아이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앳된 여자아이는 한겨울에도 색바랜 얇은 원피스만 입고 있었다. 이 숲속에서 오래 지낸 모습이었고 품 안에 인형을 하나 안고 있었는데 아마도 그녀와 함께한 유일한 물품인 것 같았다.
강기준은 극심한 상처를 입어 몸이 점점 차가워졌다.
이때 여자아이가 손을 내뻗으면서 그를 품에 안았다.
“오빠, 많이 춥죠? 제가 이렇게 안아주면 금방 나을 거예요.”
그는 맑고 투명한 여자아이의 눈동자를 빤히 쳐다봤다.
“왜 혼자 여기 있어? 가족들은? 엄마, 아빠는 다 어디 가셨는데?”
여자아이는 그의 물음에 한참 침묵했다.
“집도 없고 엄마, 아빠도 없어요. 아무도 나 안 갖겠대요. 혼자 내 버려진 셈이죠 뭐.”
그는 여자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내가 살아남는다면 꼭 널 데리고 여길 벗어나게 해줄게. 내가 너 책임질게.”
그는 몸에 단 팬던트를 여자아이의 목에 다시 걸어줬다.
그렇게 두 사람은 매서운 추위의 동굴 속에서 서로를 꼭 안고 밤을 지새웠다. 그 밤은 서로의 체온으로 간신히 버텨낸 밤이었다.
하지만 다음날 강기준이 눈을 떴을 때 여자아이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 뒤로도 더는 여자아이를 찾을 수가 없었다.
곧이어 강기준의 전우가 찾아왔다. 그는 마지못해 헬기를 타고 이곳을 떠났다.
“꼬마야, 어디 간 거니? 가지 마 제발!”
강기준은 잠꼬대를 하다가 눈을 번쩍 떴다.
‘꿈이었어. 또 그 아이를 본 거야?’
정라엘은 그의 품에 안긴 채 작고 예쁜 얼굴을 드러내고 있었다. 긴 속눈썹은 아름다운 자태로 눈가에 드리워졌다.
이토록 얌전하고 어여쁜 모습으로 그의 품에 안겨 있으니 강기준은 새삼 온 세상이 다 조용해지는 것만 같았다.
마치 그해 그 여자아이가 옆에 돌아온 기분이랄까?
그는 정라엘을 한참 동안 그윽하게 바라보았다.
이때 품 안에 있던 그녀가 갑자기 몸을 움직였다. 잠에 깬 건 아니지만 넉넉한 흰색 셔츠가 어깨에서 살짝 흘러내리며 가슴 라인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강기준은 두 눈이 아찔거렸다. 그는 이제 다 회복한 상태인 데다 젊고 혈기왕성한 남자라 아침에 워낙 민감하기 그지없다. 그 와중에 정라엘이 품 안에서 나른한 몸을 움직이고 있으니 재빨리 시선을 피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는 문득 이 여자의 허리에 난 상처가 떠올랐다.
살며시 함께 덮은 이불을 걷고 그녀의 흰색 셔츠를 들어 올렸지만 바지가 가려져 더는 엉큼하게 파헤쳐볼 수 없었다.
하지만 곧이어 그녀가 움직이면서 허리 속살이 드러났다. 새하얀 피부에 퍼렇게 멍이 들어서 보기만 해도 심장이 움찔거렸다.
‘그때 얼마나 아팠을까?’
강기준은 가볍게 셔츠를 내리고 잘록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이제 그녀에게 연민의 감정이 생겨났다. 강기준도 더는 이를 부정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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