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얼마를 원하는데요?”
안재민은 기다렸다는 듯 그녀에게 답했다.
“200억!”
정라엘은 하염없이 웃으며 그에게 되물었다.
“뭐라고요? 진짜 눈에 뵈는 게 없네?”
“됐고! 오늘 밤에 네가 직접 내 앞으로 200억 가져와. 안 그러면 내일 그 사진 로운시에 쫙 깔릴 거야. 기다릴게, 오늘 밤까지야!”
말을 마친 안재민이 전화를 끊었다.
정라엘이 휴대폰을 꽉 잡고 있을 때 뒤에서 강기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양아빠랑 통화 중이야?”
그녀가 돌아서자 강기준은 어느덧 방으로 들어왔다.
그녀의 손에 든 박스를 내려다보면서 늘씬한 체구가 그녀 앞에 그림자로 드리워졌다.
“할머니가 너희 양아빠 사진 한 장 보내왔다고 하시던데 어떤 사진이야?”
정라엘은 그런 그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양아빠에 관한 일을 기준 씨한테 알려줘도 될까?’
‘다 듣고 나면 과연 무슨 반응일까?’
그녀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 사진은...”
다만 말을 채 끝맺기도 전에 휴대폰이 또 울렸는데 육지성한테서 걸려온 전화였다.
전화를 받자 육지성의 흥분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라엘아, 얼른 나와봐. 너 주려고 선물 하나 사 왔어.”
정라엘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에게 답했다.
“지성 씨, 지금은 좀...”
“나 지금 강씨 저택 앞이야. 안 나오면 쳐들어간다.”
정라엘은 곧바로 타협했다.
“알았어요, 금방 나갈게요.”
강기준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지성이야?”
정라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야 알게 됐는데 그 가방은 강기준이 정아름에게 선물할 가방이었다. 정아름이 그 가방을 메고 재벌가 친구들과 함께 애프터눈티를 마시는 걸 직접 봤으니까.
결국 다 그녀 혼자 김칫국부터 마신 꼴이었다.
정라엘은 가방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강기준이 자신을 위해 준비한 선물이라 기뻤던 것이다. 그는 단 한 번도 정라엘에게 선물이란 걸 해준 적이 없으니까.
그걸 강기준은 그녀가 샤넬 가방을 좋아한다고 해석해버렸다니, 참으로 가소로울 따름이었다.
육지성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지 못하고 계속 말을 이었다.
“오늘 기준의 사무실 가서 어떻게 너한테 대시할지 여쭤봤는데 네가 가방 좋아한다길래 바로 사 온 거야. 라엘아, 그래서 네가 좋아하는 건 뭔데?”
정라엘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강기준이 육지성에게 어떻게 그녀에게 대시할지 아이디어를 내줬다는 말인가?
그녀는 마음이 한없이 씁쓸해졌다.
“지성 씨, 난 좋아하는 거 없어요. 이런 것들은 내가 원하면 얼마든지 가질 수 있는 것들이라 굳이 선물 받을 필요는 없어요. 더는 내게 시간 낭비하지 말아요.”
말을 마친 정라엘은 몸을 돌리고 자리를 떠났다.
...
침실로 돌아오자 강기준이 베란다에 서서 그녀를 뒤돌아보았다.
“지성이가 선물한 가방 마음에 안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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