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그녀는 미처 손이 닿지 못했다. 정라엘이 재빨리 그 사진을 박스에 넣었으니까.
“그냥 저 어릴 때 사진이에요. 너무 못 생기게 나와서 보여드리기 그렇네요.”
황현숙은 손을 거둬들이며 그녀에게 되물었다.
“우리 라엘이가 못생겼던 적이 있었나?”
옆에 있던 집사 박순재가 답했다.
“그럴 리가요.”
두 사람의 따뜻한 위로를 들으며 정라엘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전복죽을 한 입 먹었다.
이때 가정부의 목소리가 또다시 울려 퍼졌다.
“도련님.”
정라엘이 머리를 들자 강기준이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황현숙은 웃으며 그를 반겼다.
“기준이 왔어?”
강기준은 정장 외투를 벗어서 가정부에게 준 후 긴 다리를 내뻗으며 거실로 들어왔다.
문득 정라엘은 전복죽에 또 다른 약재를 섞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할머니, 죽에 뭐 넣었어요? 맛이 왜 이렇게 이상하지?”
“눈치챘네, 라엘이? 내가 사람 시켜서 임신을 돕는 약재를 좀 넣었거든.”
‘임신을 돕는다고?!’
정라엘은 전복죽을 바라보며 표정이 굳어버렸다.
“...”
아직 강기준과 관계를 가진 적도 없는데 아무리 약을 먹는다고 해도 임신할 리가 있을까?
“할머니!”
황현숙은 그녀의 손을 꼭 잡아줬다.
“너랑 기준이도 슬슬 애 가질 때가 됐어. 이 할미는 죽기 전에 증손주를 안아본다면 이번 생은 여한이 없겠어.”
기대 어린 애절한 그 눈빛에 정라엘은 속으로 외쳤다.
‘그럼 제가 할머니를 실망시켜드렸네요.’
이때 강기준이 그녀 옆에 앉아서 대뜸 어깨를 감싸 안았다.
“할머니, 라엘이가 아직 어리니 애 준비는 서두를 것 없어요.”
정라엘은 잘생긴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며 생각에 빠졌다.
‘풉!’
정라엘은 입술을 꼭 깨물고 몰래 웃었다.
이때 강기준의 싸늘한 눈빛이 그녀의 몸에 닿았다.
...
정라엘은 방에 돌아온 후 박스를 열고 그 사진을 다시 꺼냈다.
사진 속 어린 라엘이는 그토록 두렵고 의지할 곳 없는 이제 곧 질식해 죽을 것 같은 환경에 처한 가여운 아이였다.
별안간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
전화를 받자마자 안재민의 웃음소리가 전해졌다.
“라엘아, 사진 받았니?”
정라엘은 차분한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
“원하는 게 뭐예요?”
“돈이지 뭐겠어. 전에 강기준 대표가 2억 줬는데 네가 감히 빼돌려? 그 돈 당장 돌려내. 안 주면 이 사진 네 남편 손에 들어갈 줄 알아. 그땐 너희 할머니도, 네 주변 사람들 모두 알게 될 거야. 다들 널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 것 같아?”
안재민의 협박이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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