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민은 쫙하는 소리와 함께 정라엘의 옷깃을 찢었다. 새하얀 속살이 그대로 드러나고 말았다.
정라엘은 또다시 몇 년 전 기억으로 되돌아간 것만 같았다. 그때도 이런 동굴에서 안재민에게 짓눌려서 악취가 코를 찔렀고 무기력함과 공포에 잠식해버릴 것만 같았다.
그해 어린 정라엘은 곧 죽을 것만 같았다.
늘 기다리던 오빠는 왜 안 오는지, 머릿속엔 온통 그 생각뿐이었다.
문득 정라엘은 또다시 안재민에게 깔려서 몸이 너무 무거워졌다. 그녀는 눈을 질끈 감고 슬픔과 절망에 젖어 들었다. 몇 년 뒤 똑같은 상황에 부닥쳤을 때 그녀는 여전히 강기준을 생각하고 있었다.
이 몇 년 동안 조금 성장한 것 같기도, 또 전혀 아닌 것 같기도 하지만 마음속으론 늘 강기준이 오기만을 바랐다.
다만 이 남자가 영원히 안 온다는 걸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안다.
정라엘은 손을 뻗어 자신의 허리 주춤을 어루만졌다...
다만 곧이어 누군가가 발길질을 날렸고 정라엘은 온몸이 홀가분해진 느낌이었다. 방금 그녀를 깔아 눕힌 안재민이 어느새 거센 발길에 차여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콰당하는 소리와 함께 안재민은 동굴에 부딪힌 채 입에서 피까지 내뿜었다.
화들짝 놀란 정라엘이 덥석 머리를 들자 잘생긴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기준 씨야. 기준 씨가 진짜 왔어!’
좀 전까지 되뇌던 이 남자가 갑자기 눈앞에 나타나니 그녀는 망연한 표정만 지을 따름이었다.
강기준은 검은색 코트를 입고 차가운 얼굴에 싸늘한 한기를 내뿜으며 다가왔다. 마치 저승사자처럼 사람 마음을 움찔하게 했다.
‘근데 여길 어떻게 알고 왔지?’
강기준은 거만한 눈길로 그녀를 내려다봤다. 그녀는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인 채 한없이 안쓰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 남자가 이 타이밍에 나타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한 듯, 자신을 구해줄 거라고 아예 생각지도 못한 듯 망연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강기준은 가슴이 저렸다. 그는 얼른 코트를 벗어서 정라엘의 가녀린 어깨를 감싸고 나지막이 위로했다.
“괜찮아. 이제 다 괜찮아졌어.”
코트에서 전해지는 따뜻한 온기가 꽁꽁 얼어붙은 그녀의 피부를 녹인 후에야 그녀도 실감이 났다.
“성폭행이 그렇게 좋아? 그럼 이 폭행 도구부터 버려야겠다.”
“으악!”
안재민의 비명이 동굴에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지고 곧이어 바닥에 피가 흥건해졌다.
그는 드디어 폐인이 돼버렸다.
이때 조서우가 한 무리 경호원들을 거느리고 안으로 달려왔다.
“대표님.”
강기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
“끌고 가.”
“네, 알겠습니다.”
강기준은 돌아서서 정라엘의 옆으로 다가와 그녀를 덥석 안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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