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박승윤은 엄마가 자기를 버렸다는 말에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강지민을 확 밀치며 소리를 질렀다.
“거짓말이야! 우리 엄마가 날 버릴 리가 없어!”
마침 계단 입구에 서 있던 강지민은 아이의 손에 밀려 그대로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비명과 함께 그녀의 하체에서 빨간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박승윤은 자기 손과 피투성이가 된 강지민을 번갈아 보다가 두 눈이 뒤집히며 그대로 기절했다.
한편, 막 의식을 찾은 박시언은 눈을 뜨자마자 두 가지 소식을 전해 들었는데 하나는 강지민이 유산해 병원에 입원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들이 강지민 때문에 놀라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박승윤 얼굴에 선명하게 남은 손자국을 본 박시언은 분노가 치밀어 올라 두 손을 꽉 쥐었다.
“승윤이 잘 돌보세요.”
그는 가정부에게 이렇게 지시한 뒤 강지민의 병실로 찾아갔다.
정신을 차린 강지민은 자기가 유산했을 뿐만 아니라 자궁 내벽이 얇아져 앞으로 임신할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을 듣게 되었다.
박시언이 병실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그녀는 옆에 있는 가정부에게 화를 내고 있었고 박시언을 본 가정부는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며 급히 고개를 숙였다.
“대표님.”
그가 들어오는 것을 보자마자 강지민은 즉시 태도를 바꾸어 눈가를 붉히고 그의 옷소매를 잡아당겼는데 살짝 입술을 깨문 채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여는 모습에는 연약함과 서러움이 가득 묻어 있었다.
“시언 씨, 우리 아이는 이 세상을 보지도 못한 채 죽어버렸어요. 승윤이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는 건 알지만 우리 아이는...”
“의사 선생님이 그러시는데 나 다시는 임신할 수 없대요.”
말을 끝낸 그녀는 왈칵 눈물을 쏟아냈지만 박시언은 차갑게 입을 열었다.
“아주 잘된 일이군.”
그가 손쓸 필요가 없어졌으니.
박시언의 이런 반응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 강지민의 안색은 순식간에 하얗게 질려버렸다.
“시언 씨, 뭐라고요?”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는 박시언의 눈빛은 마치 얼음처럼 차가웠다.
“강지민, 우리 관계를 절대 우예린에게 들키면 안 된다고 내가 처음부터 경고했지?”
“그런데 넌 무슨 짓을 한 거지? 그리고 여태 감히 내 아들에게 손댄 사람은 없어. 그런데 네가 내 아들의 뺨을 때려?”
그는 우예린이 만약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얼마나 마음 아파할지 상상할 수 없었다.
“강지민, 처음 널 선택했을 땐 난 널 그늘로 여겼고 내 아들의 선생님 정도로 생각했을 뿐이야. 그러다 날 먼저 유혹한 건 너였어.”
남자란 늘 그렇다.
바람피우는 것도 자기 마음대로지만, 끝내는 것 역시 자기 마음대로다.
하지만 책임을 지는 건 영원히 불가능하다.
마음속 절망이 점점 분노로 바뀌자 강지민은 벌떡 일어나 쓴웃음을 지으며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다.
“내가 먼저 유혹했다고요?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알기나 해요?”
“정말 그랬다면 친구들과 술이나 마실 것이지 왜 나한테 찾아온 거죠?”
“난 단지 일부러 섹시한 슬립을 입은 게 다였어요. 하지만 미친 듯이 몇 번이나 나에게 달려들었던 건 시언 씨 아닌가요? 그런데도 내가 당신을 유혹했다고 생각해요? 지성 그룹의 대표를, 여자를 가까이하지 않기로 유명한 시언 씨를 아무것도 없는 이 비서가 무슨 수로 유혹했겠어요! 내가 아무리 재주가 뛰어나다고 해도 그건 불가능해요. 그런데 당신 잘못이 없다고 생각해요?”
박시언은 눈을 살짝 들어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고 강지민이 계속 분노를 터뜨리려 했으나 갑자기 경호원이 다가왔다.
“대표님, 도련님이 정신을 차리셨습니다.”
박시언은 더는 그녀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
“시언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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