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절규에 남자의 뒤에 있던 경호원은 순식간에 달려와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
병실에 도착하니 박승윤은 제대로 충격을 받은 듯 눈을 뜨자마자 울며 떼를 쓰며 연신 엄마를 외쳐댔다.
아이의 울음소리에 박시언은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지만 애써 침착한 말투로 아이를 품에 안고 다독였다.
“착하지, 승윤이 다 나으면 아빠가 엄마 찾아가게 해줄게, 응?”
그러나 박승윤은 그 말을 듣지 않았다.
그는 선생님과 친구들이 그를 향해 손가락질하던 모습과 강지민의 말들, 그리고 스크린 속 사진들을 떠올렸다.
"아빠, 우리가 엄마 몰래 지민 아줌마를 만나러 다녀서 엄마가 우릴 버린 거야?"
어린아이는 ‘불륜'이라는 개념을 몰랐다.
그는 그저 아빠가 자기를 데리고 몰래 강지민을 만나러 다녔다는 사실만 기억할 뿐이었다.
박승윤은 자기가 엄마에게 뭔가가 먹고 싶다거나 뭔가를 갖고 싶다고 말했을 때, 엄마가 들어주지 않으면 아빠에게 강지민을 찾아가자고 졸랐던 기억이 떠올랐다.
박시언은 아들의 말에 차마 대답할 수 없었다.
안쓰러운 아들의 모습에 그의 가슴은 거대한 돌에 짓눌리듯 아파왔다.
그는 입술을 떨며 겨우 입을 뗐다.
"그래… 우리 잘못이야. 그래서 엄마가 떠난 거야. 그러니까 엄마 찾아가서 사과하자."
하지만 어디에서 그녀를 찾는단 말인가?
8월부터 10월까지 꼬박 두 달 동안 박시언은 수많은 사람을 동원했지만 아무도 그녀를 찾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비서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대표님, 사모님을 찾았습니다."
두 부자는 뒤에 말을 제대로 듣지도 못한 채 비서가 보낸 주소를 받아 들고 서둘러 그곳으로 향했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두 사람은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그곳은 화장장이었다.
박시언은 순간 얼굴이 어두워지더니 비서의 옷깃을 움켜잡으며 윽박질렀다.
"너 지금 나랑 장난해? 예린이가 왜 여기 있어!"
비서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한 뭉치의 서류를 내밀었다.
“대표님, 우선 이것부터 확인하세요.”
의아한 표정으로 서류를 받아들여 확인하는 순간, 박시언은 몇 걸음 뒤로 물러서더니 결국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것은 그녀의 시한부 진단서와 화장 확인서, 그리고 오래전에 불치병 진단을 받은 그녀가 죽기 보름 전에 자신의 시신을 화장해 줄 것을 예약을 했다는 기록이 적혀 있었다.
박시언은 넋을 잃은 듯 우예린의 영정 사진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문득 그는 화장장에서 비서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사모님은 혼자 화장장을 찾아가셨습니다."
"직원이 가족들이 아는지 물어봤을 때 사모님은 필요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유골을 바로 뿌려 달라고 했습니다."
그녀는 자기를 위한 제사를 치를 기회조차 그들에게 주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박시언은 쓴웃음을 지으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집으로 돌아와 우예린의 유품을 정리하던 박시언은 그제야 그녀가 자신들을 얼마나 증오했는지 깨달았다.
그녀는 그와 아들을 위해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
심지어 그의 휴대폰에 저장된 그녀의 사진까지 전부 삭제해 영정 사진마저 경찰서에서 구해야 했다.
그녀의 증오를 깨달은 박시언은 얼굴을 감싸고 오열했다.
우예린의 사망 소식을 들은 뒤, 박승윤은 계속 고열에 시달려 결국 엄마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박시언은 박승윤을 위해 여러 명의 의사를 불렀지만 아이는 결국 병세가 악화되어 유치원도 가지 못하고 집에서 요양을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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