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사자님, 저도 거래를 하고 싶어요.”
기나긴 침묵이 흐른 후 윤건우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의 말을 들은 순간 저승사자가 어안이 벙벙해졌다.
“거래요? 무슨 거래를 하고 싶은 건데요?”
저승사자는 그가 말한 거래에 꽤 흥미를 보였다.
저승사자가 딱히 거절하지 않자 윤건우도 눈가에 희열이 감돌았다.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닐 거란 생각에 그는 곧이어 제 생각을 조리정연하게 말했다.
“제게 남은 모든 시간으로 그녀와의 마지막 만남을 바꾸고 싶습니다.”
이 또한 차서아와 저승사자가 거래한 후 윤건우가 생각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그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저승사자가 크게 웃었다.
“차서아 양은 이미 윤건우 군과 7일 동안 함께 보낸 대가로 영혼이 완전히 사라져서 더는 환생할 수가 없어요. 그대에게 남은 시간으로 대체 어떻게 차서아 양과의 만남을 교환할 수 있다는 겁니까?”
저승사자는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윤건우의 오만함과 무식함을 비웃었다.
운명을 바꾸는 건 막대한 대가가 필요하다. 어떻게 그의 한 마디에 쉽게 바꿀 수 있을까? 게다가 지금 그가 교환하려는 건 진작 영혼이 사라진 차서아의 수명이었다.
한바탕 저격을 당한 윤건우는 창피해서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잠시 후 곧장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녀의 수명이 모자란다면 윤건우가 대신 추가해주면 그만이니까.
“교환할 수만 있다면, 제 시간을 내줄 수만 있다면 아무것도 바라지 않겠습니다! 그 어떤 것도 욕심내지 않겠습니다!”
윤건우가 간절하게 부탁하자 저승사자도 그를 한 번 더 살펴봤지만 끝내 고개를 내저었다.
“그렇다고 해도 차서아 양은 이제 한 번밖에 환생할 수 없고 둘 사이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는 나도 장담할 수 없어요.”
순간 윤건우는 침묵했다.
무기력함이 온몸을 지배하는 것 같았다. 그가 가진 모든 걸 내걸어도 더는 한때 두 사람의 추억을 되돌릴 수 없다는 말인가?
윤건우는 참담한 미소를 지었다. 한편 저승사자는 더 이상 그와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았다.
“교환할 건가요 말 건가요?”
그가 침묵하니 저승사자는 이렇게 포기하는 줄 알고 이제 막 사신에게 넘기려 했는데 윤건우가 불쑥 머리를 들고 우렁차게 답했다.
어두컴컴한 다락방에 희미한 불빛이 비치고 이를 마주한 한건우는 눈이 너무 시렸다.
비스듬히 눈을 뜨고 그 빛을 가로막은 후 덮고 있던 허름한 이불을 걷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이때 천장에서 먼지가 우수수 떨어져 질식할 것만 같았다. 그는 연신 재채기만 해댔다.
무심코 허리를 곧게 폈더니 머리가 천장에 쾅 하고 부딪혔다.
한건우는 아픈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주위를 쭉 둘러봤는데 다락방의 높이가 딱 그의 키만큼이었다.
나무계단을 밟으며 겨우 아래층에 내려가 다 무너질 것 같은 집을 바라보더니 그는 저도 몰래 미간을 찌푸렸다.
‘이게 아닌데? 내 집은 이런 게 아니잖아.’
하지만 금세 생각을 고쳐 썼다.
‘이런 게 아니면 또 뭔데?’
한참 사색에 잠긴 한건우는 마침내 결론을 얻었다. 아마도 너무 오래 자서 꿈을 꾼 모양이다. 그래서 이런 느낌이 들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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