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요일, 한건우는 본 지방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오늘 마침 시간이 나서 집에 돌아왔다.
그는 집안 형편이 매우 가난하고 부모님도 젊어서 너무 고생한 바람에 병만 남기게 되었다. 한건우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 부모님은 이미 노동력을 상실했다.
집에 모아둔 적금은 없지만 다행히 한건우가 열심히 공부해서 장학금과 보조금을 줄곧 받아온 덕에 대학까지 가게 됐다.
그는 부모님의 연유로 대학을 선택할 때 멀리 떠나지 않고 본 지방에서 가장 좋은 학교로 택했다.
이렇게 하면 매주 집에 돌아와서 부모님과 함께 보낼 수 있으니까.
어느덧 오후 네 시가 다 됐다. 한건우가 다락방에서 내려올 때 그의 부모님 한태민, 연수진은 아들이 챙겨온 과일을 다시 책가방에 넣어주었다.
한건우가 아래층으로 내려오자 부모님의 동작이 더욱 빨라졌다.
이를 본 한건우는 재빨리 다가가서 과일을 꺼내며 속절없이 말했다.
“엄마, 아빠도 참. 이 과일들은 두 분께 드리려고 일부러 사 온 거란 말이에요. 저는 학교에서 보조금을 받아서 이런 과일 얼마든지 먹을 수 있어요. 엄마, 아빠는 몸도 편찮으신데 제발 아끼지 말고 다 드세요. 저한테 남겨줄 생각은 하지 말라고요.”
그럼에도 아빠 한태민은 다시 과일을 쑤셔 넣으면서 고개를 내저었다.
“누가 모를 줄 알아? 아무리 보조금을 받아도 이 과일을 우리한테 다 주면 넌 먹을 게 아무것도 없잖아. 과일이 얼마나 비싼데, 게다가 넌 학생 신분에 우리까지 보살펴야 하니 먹는 걸 절대 소홀히 하면 안 돼.”
“아빠, 고집 좀 그만 피우세요. 자꾸 이러시면 앞으로 물건만 내려놓고 바로 떠날 거예요!”
한건우는 끝내 과일을 전부 꺼내고 가방을 챙기더니 화난 척 자리를 떠나려 했다.
한태민 부부는 아들의 고집을 못 이기고 과일을 받기로 했다.
한건우가 집을 나설 때 부모님은 아쉬움 가득한 마음으로 그와 작별했다. 몇 번이고 더 돌아왔으면 좋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너무 자주 오는 걸 원치 않았다. 아들이 번거로울까 봐서...
한태민, 연수진 부부는 자식이 오직 한건우뿐이라 그에게 모든 사랑을 쏟아부었다. 그러다 결국 아들의 짐이 되어 죄책감과 자괴감에 빠지고 말았다.
하지만 한건우는 철이 빨리 들어서 공부 외에도 고등학교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해왔다.
다행히 두 버스 모두 평상시에 승객이 적어서 한건우도 거의 매번 빈자리가 생겼다.
버스가 비틀거리면서 도로를 질주했다. 한건우는 너무 지쳤던 탓인지 아니면 이런 분위기가 잠들기 딱이었던지, 또 혹은 다른 이유가 있어서인지 차에 타자마자 스르륵 잠들어버렸다. 집에서 깨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는 이상한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한건우는 방관자의 각도로 정장 차림의 빅 보스를 보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빅 보스를 우러러보았는데 한건우에게 가장 인상이 깊었던 것은 바로 어릴 때부터 그 보스를 따라다니던 여자아이였다.
그 아이의 얼굴은 잘 안 보이지만 이 아이가 무조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직감이 들었다.
여자아이는 빅 보스보다 열 살 어린데 그를 볼 때마다 달콤한 목소리로 삼촌이라고 불렀다.
부모님을 여읜 아이는 빅 보스에게 가장 많이 의지했다. 그러다가 언제부턴가 마음이 변질하여 호감으로 변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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