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룸 안에 고요한 정적이 흐르고 모두가 놀란 눈길로 그녀를 쳐다봤다.
차윤서를 그다지 신경 쓰지 않던 박도하마저 안색이 확 일그러졌다.
분위기가 싸늘해졌고 한참 후에야 누군가가 웃으면서 화제를 돌렸다. 하지만 이제 아무도 이 게임을 이어가고 싶지 않았다.
모임이 곧장 끝났다. 박도하는 전혀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퇴장했지만 차에 타자마자 그녀를 째려봤다.
“방금 그 대답 뭐야?”
차윤서는 그의 표정을 살피면서 이제 막 입을 열려고 하는데 박도하가 먼저 가로챘다.
“아직도 내가 함께 노을 안 봤다고 삐진 거야?”
그녀는 그제야 알아챘다. 이 남자는 여전히 그녀가 자신을 미치도록 사랑한다고 여기고 있다. 단념할 거란 생각은 전혀 없고 또 그래서 방금 한 말도 홧김에 내뱉은 거라 믿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해명하고 싶지 않았다. 마음대로 생각하라고 하지 뭐.
차윤서가 아무 말이 없으니 이 남자도 묵인한 거로 여기며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한참 후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요즘 날씨가 별로야. 나중에 또 노을 보러 가자.”
차윤서는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둘 사이에 나중은 없으니까.
차가 곧장 박씨 일가 별장에 도착했다. 박도하는 다 씻고 그녀 옆에 누워서 자연스럽게 안아주려고 했는데 또 한 번 거절을 당했다.
“괜찮아. 이제 심장 소리 안 들어도 혼자 잘 수 있어.”
이번이 벌써 두 번째였다.
예전 같았으면 이런 말을 듣고 해탈이라 여겼을 텐데 요즘은 연이어 두 번을 거절당하니 짜증이 확 밀려왔다.
그가 다짜고짜 키스를 퍼부으려 하자 차윤서가 머리를 피하면서 눈을 질끈 감았다.
“피곤해. 이만 자자.”
늘 거만하기만 하던 부영 그룹 대표 박도하는 여자들의 구애만 받아오다가 오늘 줄줄이 거절만 당하고 있으니 기분이 확 잡쳤다. 그는 차윤서를 등지고 누워서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
다음날 박도하는 아침 일찍 회사에 나갔고 차윤서는 부상 때문에 집에서 휴식했다.
점심을 먹자마자 휴대폰이 울렸는데 박도하의 비서 정지민한테서 걸려온 전화였다.
전화를 끊은 후 정지민은 노트한 약명대로 부하 직원을 시켜서 약국에 다녀오게 했다.
저녁 무렵 박도하가 별장에 돌아왔을 때 차윤서는 한창 소파에 앉아서 TV를 보고 있었다.
순간 그의 안색이 일그러졌다.
“나 오늘 심장 아픈 거 몰랐어?”
익숙한 목소리가 울렸지만 차윤서는 TV에서 시선조차 떼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단답형으로 대답했다.
“알아.”
박도하는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그녀에게 되물었다.
“근데도 안 와?”
“말했잖아. 너무 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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