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하촌으로 돌아온 강유나는 오랜만에 아무런 계산이 섞이지 않은 사람과 사람 간의 순수한 정을 느꼈기에 자신을 도와준 이장한테 정말 고마웠다.
이장은 웃으며 그녀한테 너무 체면을 차릴 필요가 없다면서, 그녀의 아버지를 봐서라도, 또 다들 같은 고향 사람이라 서로 도와주는 게 당연하다면서, 다른 사람들처럼 자신을 아저씨라고 부르면 된다고 했다.
그는 나이에 굴복하지 않으려고 했다.
강유나가 말을 아주 잘했기에 오는 내내 정승철은 아주 기분이 좋았다. 민박 앞에 도착하자 그녀는 고개를 들어 간판을 바라보았는데, 그제야 정갈한 네모난 마당 안에 자리 잡은 3층짜리 자가 건축 민밥집을 보게 되었다.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문 앞에는 동전 투입식 물 자판기가 세워져 있었다. 민박 전체는 아기자기하고 아늑한 분위기로 꾸며져 있었는데 주인이 섬세하고 생활을 즐길 줄 아는 사람임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마을의 불빛을 빌어 위를 보았는데, 위층에 있는 여러 방들이 거의 불이 꺼져 있었다. 놀러 나간 관광객들이 돌아오지 않았는지, 아니면 사람이 없어서인지 유난히 조용해 보였다.
겨울밤이라 주위 분위기는 썰렁한 것 같았다.
하지만 강유나가 정승철을 따라 들어가자마자 안내 데스크에서 계산하고 있던 여자애가 고개를 번쩍 들더니, 짜증이 섞인 표정이 바로 기쁨으로 바뀌었고, 계산기를 테이블에 던지고는 재빨리 뛰어나와 정승철의 팔을 잡았는데, 두 사람이 유난히 다정해 보였다.
강유나가 멍해 있는데 여자애의 달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할아버지, 저 보러 오셨네요!"
할아버지?
강유나는 캐리어를 끌고 정승철의 뒤를 따랐고 그 말을 듣자 반응할 틈도 없었는데, 그 여자애가 갑자기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강유나를 훑어보는 것이었다.
"할아버지, 이분이 강씨 집안 언니예요?"
정승철은 허허 웃으며 여자애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뒤돌아 강유나한테 소개했다.
"유나야, 내 손녀 정다연이야, 여기가 자기 집이라고 생각하고 마음 놓고 살아,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얘를 부르면 돼."
강유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반사적으로 손을 내밀었는데, 정다연이 멍해 있는 걸 보자, 그제야 여기가 진씨 가문 본가가 아니었고, 그런 가식적인 인사들이 필요 없다는 걸 느끼고는 어색해하며 손을 다시 넣었다.
그녀는 입술을 오므리고는 고개를 들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강유나예요, 저는..."
그녀는 머뭇거리다가 주위를 둘러보고는 손으로 가리키며 난감해하며 웃었다.
"손님이에요."
정다연은 성격이 활달했고 사람을 아주 친절하게 대했다. 그녀는 정승철의 손에서 강유나의 캐리어를 건네받으며 미소를 지었다.
"알아요, 할아버지가 진작에 말씀해 주셨어요, 큰 도시에서 예쁜 언니가 온다고, 잘 챙겨주라고 했거든요, 무조건 편안하고 아무 고민도 없이 살게 해 줄게요!"
철저한 자유였다.
그녀는 떠났다.
이제부터 진씨 가문의 속박을 받지 않아도 되었고 마음대로 진실된 자신의 모습으로 살 수 있었다.
강유나는 순간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애써 참았다. 시선을 돌리자 정다연이 비밀스럽게 호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내 다가오더니 마구 그녀의 손에 건넸다.
낙서가 그려진 방 카드였는데, 제일 밑에 "굿나잇 민박"이라는 글이 인쇄되어 있었다.
아주 귀여웠고 생활의 향기가 묻어나는 그런 느낌이었다.
"자, 언니, 제 생각엔 언니가 조용한 걸 좋아할 것 같아, 특별히 2층 제일 안쪽 방으로 남겨뒀어요."
정다연이 말하고 있는데, 갑자기 밖에서 커플이 들어오자 그녀는 죄라도 지은 듯 강유나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이건 비밀인데, 이 방이 제가 제일 마음에 들어 하는 방이에요, 안에 있는 커다란 유리창이 완전히 크고 예뻐요, 풍경을 보기에 아주 좋거든요, 커다란 욕조도 있어서 아주 좋아요. 방금 저 커플들이 그 방을 잡고 싶다고 했는데, 할아버지가 언니를 잘 접대하라고 해서 제가 다 거절했어요, 특별히 언니가 기분전환을 하라고 남겨둔 거예요!"
강유나는 아주 예민했기에 바로 "기분전환"이라는 말을 캐치하고는 무의식적으로 정승철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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