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제안을 거절했다는 걸 알면 기분이 어떨지 좀 궁금하네요.”
육도훈이 그렇게 말하며 휴대폰을 켜서 진수혁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옅은 입술을 살짝 말아 올린 진민기가 웃으며 말했다.
“감정 변화는 거의 없겠지.”
“흠? 그럴 리 없어요.”
육도훈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저었다.
역시 진수혁을 제일 잘 아는 건 진민기였다.
아직 오전인데도 진수혁은 이원을 떠나 제이 그룹으로 복귀했다. 그가 주재해야 할 중요한 회의가 있었지만, 도착했을 때는 이미 끝나 있었다.
그는 넓고 밝은 대표이사실에서 고준석과 업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고준석이 그의 휴대폰을 힐끗 보며 말했다.
“먼저 메시지부터 확인하지 그래?”
진수혁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답했다.
“육도훈이 보낸 거야.”
“뭐라고 했는데?”
“내 제안을 거절했어. 서지수를 자르지 않겠다고.”
진수혁은 곁눈질로 한 번 보고도 내용을 다 파악했다.
“그야 걔는 진민기 쪽 사람이잖아. 네 말을 듣고 지수 씨를 내보내면 자기편을 배신하는 셈이지.”
고준석은 상황을 단번에 정리해 줬다.
“알아.”
진수혁은 프로젝트 세부 자료를 넘기며 짧게 답했다.
“그런데도 찾아간 이유가 뭐야?”
고준석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
“조현아 씨가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시험해 보려고.”
진수혁은 느긋하고도 침착했다.
“나중에 변수가 생기면 대비책이 필요하니까.”
“하지만 거절했는데?”
고준석이 상기시켰다.
진수혁은 어두운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제 내가 네 연애 조언을 안 듣는 이유를 알겠어?”
“그래서?”
고준석이 물었다.
입을 뗄 듯 말 듯 하던 진수혁의 눈빛에 여러 감정이 스쳤다.
“왜 그렇게 봐?”
고준석은 끝까지 캐묻듯 말했다.
“육도훈 정도 능력이면 웬만한 건 다 알아낼 수 있어. 그런데 진민기가 나섰다는 건 내가 네 일을 대신 조사해 주는 것과 같은 거지.”
원래 대꾸할 생각이 없던 진수혁은 잠시 고민 끝에 설명해 줬다.
고준석은 어느 정도 이해했지만 아직 갸웃거렸다.
진민기가 직접 나섰다는 건 일이 꽤 무거운 거다. 그렇다면 왜 육도훈은 마음을 직접 표현하지 않을까? 정말 신경 쓴다면 상대 용서를 얻으려고 더 애써야 하는 거 아닌가?
“더 할 말 있어?”
진수혁은 손에 쥔 서류를 정리하며 물었다.
“없어.”
고준석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육도훈도, 자기 친구들도 하나같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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