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수의 감정이 한순간에 폭발했다.
그녀는 진수혁을 밀고 때리며 그동안 쌓인 모든 분노를 퍼부었다. 그래도 부족했는지 그의 팔을 세게 물어 버렸다.
진수혁은 눈살 하나 찌푸리지 않았다. 이렇게 완전히 무너져 버린 그녀를 보며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들 사이를 망가뜨린 게 과연 옳았을까 하는 의문이 스쳤다. 하지만 그마저 약속을 저버린다면, 그건 결국 부모님이 옳았다는 증거가 되지 않을까.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서지수가 힘을 빼자 진수혁은 여전히 그녀를 안은 채 부드럽게 말했다.
“오른쪽은 아직 안 물었잖아. 균형 맞추게 한 번 더 물래?”
서지수의 눈가가 금세 붉어졌다. 그녀는 자신을 배신한 그가 너무 싫었다. 동시에 그녀의 생각을 바로 알아주는 그가 너무 좋았다. 이 모든 감정이 그녀를 껴안고 있는 한 사람에게 향했다.
진수혁은 그녀를 놓고 손끝으로 눈물을 닦았다. 손길은 보석을 다루듯 섬세했다.
예전과 똑같이 다정한 얼굴이 오히려 답답함을 더했다. 그날 소유리와 엮인 순간부터 둘 사이에 다시는 길이 없었다.
“진수혁.”
그녀가 낮게 불렀다.
“응?”
듣기 좋은 목소리가 젖은 듯 부드러웠다.
“제발 나 좀 그만 힘들게 해.”
서지수는 너무 지쳤다. 억눌렀던 감정들은 그저 버티기 위한 가면이었다.
“언젠가 정말 무너질까 봐 겁나.”
“나는 널 힘들게 한 적 없어.”
“앞으로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내 방식 알잖아.”
그 한마디로 답은 끝났다. 그가 바라는 건 그녀가 곁으로 돌아오는 것, 그전까지는 언제든 상황을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
“알겠어.”
서지수의 목소리가 내려앉았다.
딱딱한 말투가 그의 분노에 불을 붙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울면서 매달리던 사람이 갑자기 멀어졌으니 말이다.
그는 한발 다가서 듣기 좋은 말은 한 글자도 내뱉은 적 없는 그녀의 입술을 내려다보았다.
“이거.”
다음 순간 그녀가 반응하기도 전에 뒤통수를 감싸안고 입술을 덮쳤다. 부드러운 촉감이 느껴지는 순간 모든 감정이 만족되는 기분이 들었다. 부드럽지만 강압적인 키스였다.
서지수는 숨이 막히는 듯 온몸의 공기가 빨려 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의 입술을 세게 깨물자 피 맛이 번졌지만, 그는 오히려 더 뜨겁게 파고들었다.
“숨 쉬어.”
그가 그녀의 몸이 점점 힘없이 풀리는 걸 느끼고 낮게 속삭였다.
“윽...!”
입 한번 떼기도 전에 또다시 입술이 막혔다.
열기가 빠르게 오르자 진수혁은 그녀를 들어 올려 식탁 위에 앉히고 몸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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