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수는 가능한 한 빨리 병원으로 달려왔다. 전화를 받았을 때부터 손이 차가울 정도로 긴장됐다.
그녀는 곧장 주현민을 찾았고 다급하게 물었다.
“선생님, 제 엄마 상태가 어때요?”
“일단은 안정시켜 놨지만 수술이 필요해요.”
주현민은 검사 결과가 적힌 서류를 건네며 차근차근 설명했다.
“이 수술은 위험도가 높은 편입니다. 성공하면 한두 달 안에 의식이 돌아올 확률이 있지만, 실패할 경우 평생 호흡기에 의존해야 할 수도 있어요.”
서지수의 손이 떨릴 정도로 마음이 무거워졌다.
주현민은 계속해서 말했다.
“하지만 수술을 하지 않으면 이번 달도 버티기 힘드실 겁니다.”
“해 주세요.”
서지수는 고민할 여유도 없이 결정을 내렸다.
“비용이 얼마나 들든 꼭 살려 주세요.”
주현민은 잠시 머뭇거리다 현실적인 조언을 덧붙였다.
“그렇다면 며칠 안에 최소 10억 원은 마련해야 해요. 상황이 악화하면 그 이상이 들 수도 있습니다.”
서지수는 순간 멍해졌다.
“10억... 알겠습니다. 어떻게든 마련해 볼게요. 제발 엄마만은 살려 주세요.”
“그럼 우선 수술 동의서부터 써 주세요.”
주현민은 서류를 내밀며 설명했다.
“응급 상황이 생기면 즉시 수술에 들어가야 하니까요.”
서지수는 펜을 잡으려 했지만 손이 심하게 떨려 글씨가 잘 써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 모습을 본 주현민은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혹시 진수혁 씨께 도움을 요청할 순 없나요? 법적으로는 아직 부부니까, 아무리 그래도 손 놓고 있진 않을 수도 있잖아요.”
서지수는 그가 며칠 전에도 했던 질문임을 깨달았다. 하지만 역시나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아니. 후회 안 해.”
진수혁은 비웃듯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러고는 그녀 손목을 확 잡아당겨 무릎 위에 앉혔다. 서지수가 깜짝 놀라 일어서려 했지만, 그는 단단히 제압해 버렸다.
“알잖아. 난 순종적인 걸 좋아해.”
그는 한 팔로 허리를 감아 부드럽게 손을 움직였다. 차가운 목소리와 달리 손길만은 은근히 달콤했다.
“네 피부 감촉, 예전부터 참 좋아했거든.”
서지수는 힘껏 몸부림쳤으나 빠져나오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태도 바꿔서 나한테 빌면, 이전 일은 눈감아 줄 수도 있어. 네 엄마 수술비도 책임지고.”
진수혁은 엄지손가락으로 그녀 입술 윤곽을 그리듯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 터치가 서지수에게는 잔인한 전율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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