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수혁과 고준석이 응접실에서 나왔을 때, 진민기와 송시헌은 한쪽에서 조용히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진수혁이 휴대폰을 들어 멀리서 전화를 걸었다. 휴대폰을 확인한 송시헌은 표정이 약간 변하더니 진민기에게 양해를 구했다.
“죄송합니다, 전화 좀 받겠습니다.”
“네, 그러세요.”
진민기도 정중히 답했다.
송시헌은 몇 걸음 옆으로 비켜서서 전화를 받았다.
“네, 진 대표님.”
멀찍이 서 있던 진수혁이 낮고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원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려 드리겠습니다. 어디까지 높아질지는 대표님 선택에 달렸습니다.”
그 말을 들은 송시헌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결국 진수혁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진민기도 그 시선을 따라가다 진수혁의 눈과 마주쳤다.
진수혁은 전화를 끊어 주머니에 넣고 고준석과 함께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제야 상황을 파악한 송시헌이 돌아와 공손히 말했다.
“도련님, 방금 제안해 주신 건 응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원 10주년 행사라 내부 인사가 시상하는 편이 더 적절할 것 같습니다.”
“이해합니다.”
진민기는 온화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송시헌은 그제야 한시름 놓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1열 귀빈석에 자리 마련해 드리겠습니다.”
“괜찮습니다. 저는 옆에 서 있겠습니다.”
진민기가 거절하자 송시헌이 잠시 머뭇거렸다.
“그건...”
“처음 계획대로 진행하면 됩니다. 제가 금방 자리를 비울 수도 있어서요.”
그렇게까지 말하니 송시헌도 더 붙잡지 않았다. 이원의 향후 발전은 결국 진수혁에게 달려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진수혁을 건드린 결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약 30분 뒤, 10주년 행사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사회자 멘트와 임원 인사 후, 이원 10주년 행사는 추첨과 부서 공연 시상만 남았다.
송시헌과의 거래는 내부적인 것이니 소문으로 날 일은 없었다. 그가 이원에 출근하는 것도 남들은 새 투자처를 물색하는 정도로만 여길 것이다.
하지만 공식 무대에서 시상까지 맡는다면 말이 달라진다. 제이 그룹 이사회 늙은이들이 당장 들고일어날 게 뻔하다. 겁나지는 않지만 괜히 피곤해지는 건 싫었다.
“진민기 저쪽 무대 앞으로 슬금슬금 가는데?”
고준석이 무대 근처를 힐끗 보며 말했다.
진수혁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진민기의 성향으로는 공개 석상에 굳이 나설 사람이 아니다. 이원의 규모가 아무리 제이 그룹보다 작아도 10주년 행사는 재계 뉴스에 뜰 게 뻔하다.
‘그걸 알면서도 무대에 오르겠다고? 권력 싸움 중인 놈이 저런 선택을 해?’
고개를 돌려 확인하니, 진민기가 이쪽을 향해 고개를 살짝 숙이며 예의 바른 미소를 보냈다.
“으, 저 가식적인 미소 진짜 소름.”
고준석이 작게 중얼거렸다.
“맨날 너를 잡아먹을 것처럼 굴면서, 볼 때마다 착한 형 코스프레는 꼭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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