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수혁은 아직 서지수의 온기가 남아 있는 손끝을 내려다보며 낮게 물었다.
“결심한 거지?”
서지수는 말없이 고개도 끄덕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침묵이 이미 답을 대신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조금 전 둘 사이에 있었던 일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습관처럼 점잖은 태도를 유지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경주에는 나 말고도 돈 많은 사람이 많겠지. 하지만 내가 장담하건대, 내가 허락하지 않는 한 아무도 너한테 돈을 빌려주지 않을 거야.”
그는 소매를 다듬으며 무심하게 이어갔다.
“네 친구 소채윤 역시 마찬가지고.”
서지수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어려움이 닥치면 우선 소채윤에게 손을 내미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직접 뭘 하지는 않아.”
진수혁은 다시금 그녀의 앞으로 다가서며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렇지만 만약 네가 소채윤한테 돈을 빌리려고 한다면? 그때는 어떻게 될지 장담 못 해.”
서지수는 양옆으로 내려뜨린 손을 꼭 쥐었다.
“그리고 또 하나.”
그는 의도적으로 말을 끌었다.
서지수는 가슴이 철렁했다.
진수혁은 그녀에게 한 걸음씩 다가서며 작은 한숨처럼 말문을 열었다.
“앞으론 정직해졌으면 좋겠어. 내 행동이 역겹다며 큰소리치면서도 네 손은 내 셔츠를 놓지 못하더라. 예전에도 너 기분 좋을 때 내 옷을 쥐어뜯는 버릇이 있었잖아.”
그러고는 일부러 구겨진 셔츠를 흘끗 내려다보았다.
그 순간, 서지수는 참아왔던 울분이 터져 조건반사적으로 그의 뺨을 세차게 후려치려 했다.
탁!
하지만 진수혁이 정확히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서지수가 급히 손을 빼려 해도 그는 놓아주지 않았다.
“화난다고 때리려고 드는 건 어른답지 못한 행동이야.”
그는 그녀의 손을 꽤 오래 쥐고 있다가 잠시 뒤에야 놓아주며 말했다.
“네 어머니 수술비를 어떻게 마련할지 잘 생각해 봐.”
“네가 상관할 바 아니야.”
서지수는 이미 벼랑 끝에 선 기분이었다.
진수혁은 서서히 재킷 단추를 잠그고 무심히 눈꺼풀을 내렸다.
“그래, 그러길 바라지.”
“당분간 비밀로 해 줘요.”
그는 짧게 지시했다.
“알겠습니다.”
진수혁은 녹화본을 복사해 간 뒤 자신의 지인에게 전송했다.
[이 사람 신원 좀 알아봐. 서지수 어머니랑 무슨 사이인지도.]
상대방은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
[알겠어.]
...
서지수는 이 사실을 모른 채 서수민의 병실로 갔다. 사경을 헤매는 그녀의 모습을 보자 가슴 한가운데가 찢어질 듯 아팠다.
어떻게든 수술비를 마련해 그녀를 살리겠다고 되뇌며 병원을 나섰다.
집에 돌아가는 길 내내 어떻게 10억 원을 구할 수 있을’만 고민했다.
은행 대출을 하기에는 신용이나 담보가 없었다.
아버지에게 사기당한 이후 남은 재산은 없고, 거기에 원래 가지고 있던 보석이나 가방도 전부 빈손으로 나와서 팔 것도 없었다.
고민하며 걷다가 문득 하나 떠올랐다.
‘이건 오직 내 소유인 물건이니까. 진수혁도 되돌려 달라고 못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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