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수는 더는 말 섞고 싶지 않았다.
진수혁에게 느끼는 불편함은 극에 달했지만, 또 그냥 넘어가기엔 억울함이 남아 있었다. 잠시 침묵을 삼킨 뒤 날카롭게 되물었다.
“왜 자꾸 나를 붙잡고 안 놔줘?”
“네가 서지수니까.”
부드러운 이름과 같이 속도 누구보다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럼 내일 이름 바꿀 거니까, 너는 새 서지수나 찾아.”
서지수는 짜증이 가시지 않았다.
진수혁은 짙은 눈동자에 복잡한 감정을 얹었지만 더 말해 봐야 그녀를 자극할 뿐이라 입을 다물었다.
조금 뒤 서지수의 감정이 겨우 가라앉을 즈음 현관에서 인기척이 났고, 곧 문이 열리며 진하늘이 뛰어 들어왔다.
“엄마!”
서지수는 예상보다 일찍 도착한 아들을 보고 눈을 깜빡였다.
“어디 다쳤어요? 많이 아파요?”
진하늘은 엄마를 훑어보다 붕대 감은 발목에 시선이 멈췄다.
“여기예요?”
“응, 그냥 살짝 긁힌 거야.”
서지수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긴장했던 진하늘의 어깨가 스르르 내려갔다. 그러고는 작은 어른처럼 진수혁을 바라보며 따졌다.
“아빠, 이게 그렇게 심각한 상처 맞아요?”
진수혁은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정말 심각해요?”
어린 목소리가 다시 묻자, 진수혁은 진지한 얼굴로 과장을 덧붙였다.
“상처는 작아도 감염되면 큰일이야. 방치하면 다리 절단까지 갈 수도 있어.”
“거짓말쟁이!”
‘꼬맹이가 제법 날카롭네.’
“아빠가 맹세하면 믿을게요. 이번에 아빠가 저를 속인 것도 넘어갈 거고요.”
“맹세 같은 건 세상에서 제일 쓸모없는 짓이야.”
진수혁은 시큰둥하게 말하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 시간에 네 엄마한테 내가 들어와서 뭘 했는지 물어보는 게 더 낫지 않겠어?”
진하늘은 서지수를 바라봤다.
서지수는 아들의 시선에 마지못해 사실만 전했다.
“아빠가 약 바르고 붕대만 다시 해 줬어.”
엄마가 그렇게 말하자 진하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자신이 들어오며 닫지 않은 채 둔 현관문을 힐끗 보고 맑은 목소리로 선언했다.
“아저씨, 저랑 엄마 이제 쉬어야 해요. 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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