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수는 고개를 들어 진민기를 바라보며 그의 말이 진심인지 가늠했다.
같은 이야기를 세 번이나 반복하고, 이번에는 목숨까지 걸어 자신을 구한 이유가 단지 진수혁과 대화시키려는 것일까? 정말 진민기가 그런 사람일까?
잘 알지 못하지만, 예전에 진수혁이 은근히 조심하라던 말을 떠올리면 선뜻 믿기 어려웠다.
“지수 씨가 걱정하는 거 알아요. 제가 지수 씨를 이용할까 봐 두려운 거죠.”
진민기는 그녀의 속마음을 단번에 읽은 듯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하지만 이번 일로 제가 얻을 건 없어요. 굳이 따지면, 수혁이가 온전히 제 경쟁자가 되어 줬으면 하는 마음 정도죠.”
“죄송하지만...”
서지수는 부드럽게 고개를 저었다.
“저를 구해 주신 건 감사하지만 그 부탁은 드릴 수 없어요.”
사랑은 외부 조건으로 거래할 수 없다. 그녀의 결정을 움직일 수 있는 건 마음뿐이었다.
“사과할 필요 없습니다. 지수 씨가 소중하다는 걸 알기에 지킨 거고, 동시에 기회를 얻으려 한 것도 사실이죠.”
진민기의 목소리는 잔잔했다.
“만약 지수 씨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다면 수혁이가 어떤 모습이 됐을지 상상이 안 됩니다.”
서지수는 말없이 시선을 내렸다.
그의 말은 지나치게 담백했고 허점을 찾을 수 없을 만큼 솔직하게 들렸다.
“점심시간이 거의 끝나 가네요. 회사로 돌아가요.”
진민기가 시계를 보며 웃었다.
“필요하면 나중에 다시 이야기해요.”
서지수는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
“질문 하나만 드려도 될까요?”
“네, 말해요.”
“진민기 씨 눈에 진수혁은 어떤 사람인가요?”
이번에는 유난히 진지했다. 그의 대답으로 전에 한 말을 얼마나 믿을지 가늠하고 싶었다.
진민기는 얕게 웃었다.
“우습게 들릴 수도 있지만, 사실 저는 걔를 잘 알지 못해요.”
“팀장님, 팀원들한테 나눠 주세요. 다들 똑같이 받을 수 있도록요. 식기세척기는... 제가 팔아서 현금 생기면 다시 나눌게요.”
“이렇게까지 안 줘도 돼요. 저희 넷이서 한 묶음이면 충분해요.”
백여진이 손을 내저었다.
“프로그램 기획이랑 편곡을 거의 지수 씨가 했잖아요. 저희만으로는 참가상도 힘들었을 거예요.”
“받아 주세요.”
서지수가 단호히 지폐를 밀어 넣었다.
“팀장님과 모두가 없었으면 이 순위 못 받았어요. 당연히 받아야죠.”
백여진은 정예원 등 팀원들을 둘러보고 결국 돈을 받아 들었다.
“그 대신 식기세척기는 지수 씨 거예요. 쓰든 팔든 지수 씨 마음이에요. 그게 아니면 저희 돈도 못 받아요.”
“알겠습니다, 팀장님.”
그날 오후, 서지수는 교환권을 들고 사내 게시판에 할인 판매 글을 올렸다.
30분이 지나도 문의가 없자 중고 거래 플랫폼에 모델명을 등록했다. 정가가 600만 원쯤 하는 제품이라 500만 원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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