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또 무슨 상황이야?”
서지수의 머리카락을 살짝 치우자 목덜미에 선명한 흔적이 드러났다.
“설마 그 개자식이 한 짓이야?”
서지수는 반사적으로 손을 올려 만져봤다. 잠깐이었는데도 이렇게 자국이 남을 줄은 몰랐다.
소채윤은 그녀의 표정만 보고도 이미 확신했다.
“진짜 그 인간이구나?”
“응.”
서지수가 인정했다.
“못돼 먹은 놈. 소유리랑 어울리면서 너한테도 이러고 다녀?”
소채윤은 또다시 분을 삭이지 못하고 욕설을 터뜨렸다.
“쓰레기 중의 쓰레기네!”
서지수도 말없이 동의했다.
소채윤이 한창 분개하고 있을 즈음 서지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사실 너한테 부탁할 게 하나 있어.”
“뭔데? 난 뭐든 괜찮아.”
소채윤은 아낌없는 애정을 담아 대답했다.
“며칠 동안만 네 집에서 지내면 안 될까?”
서지수는 한참 망설이다가 솔직히 털어놨다.
“집을 아직 못 구했고 그쪽은 돌아가기 싫어.”
진수혁이 비밀번호까지 바꿔 버려서 갈 수도 없었고, 그와 한집에 있기는 정신적으로 버거웠다.
“당연히 되지. 이 집은 원래 네 집이나 다름없어.”
소채윤도 그녀가 힘든 걸 알고 잔소리를 그만했다.
“지문부터 등록해. 내가 없어도 들락날락 편해야지.”
서지수는 고집부리지 않고 그대로 수락했다.
지문 등록을 마친 뒤, 소채윤은 서지수가 말했던 다이아몬트 컬렉터를 알아보려 했는데, 예상치 못한 전화가 걸려 왔다. 아버지 소태섭이 다급하게 회사로 좀 오라고 하는 터라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
“미안. 빨리 일 보고 올게.”
소채윤은 가방을 챙기며 서지수에게 말했다.
서지수는 대략 확인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서 뵐까요?”
사실 고준석의 평판은 들어 본 적이 있었다. 언행도 곧고 업계 평가도 나쁘지 않아서 거래하기에 상대적으로 안전해 보였다.
“대원 호텔 2801호 회의실입니다. 여기서 협상을 하나 진행 중이거든요.”
고준석은 장소를 알려줬다.
“네, 바로 갈게요.”
서지수는 쾌히 수락했다. 다만 혹시 몰라 소채윤에게 메시지 두 개를 남겨 어디로 가는지 공유했고, 휴대폰 긴급 신고 버튼도 활성화해 뒀다.
세상에 믿을 만한 사람이 적다는 건 이미 여러 번 겪어 봤으니까.
소채윤 쪽은 그녀가 보낸 메시지를 즉시 수신했지만, 마침 아버지 소태섭과 얘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휴대폰을 보려 하자 소태섭이 헛기침하며 핀잔을 줬다.
“이렇게 나랑 같이 있기 싫은 거냐? 몇 마디 나누지도 않았는데 또 폰이야.”
“지수 쪽에 무슨 급한 일이라도 생길까 봐요.”
소채윤은 잠금 화면을 해제하며 물었다.
“아빠, 근데 무슨 일이길래 이렇게 급히 부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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