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수혁은 아무 말도 없이 돌아서 차로 향했다.
조용히 뒷좌석에 앉아 있는 서지수를 잠시 바라보다가 강현서에게 짧은 메시지를 보낸 뒤 운전석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이곳에서 대화를 이어가는 건 적절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 안 기다려?”
서지수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기다릴 필요 없어.”
진수혁의 목소리는 낮고 여전히 거칠게 갈라져 있었다.
넓고 단정한 손이 조용히 핸들 위에 얹혔다.
“그쪽은 회사로 돌아가야 해. 우린 방향이 다르니까.”
“아... 그렇구나.”
서지수는 작게 대답한 뒤 더는 묻지 않았다.
차 안엔 금세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한 사람은 말없이 운전에 집중했고 다른 한 사람은 고개를 떨군 채 생각에 잠긴 듯했다.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연청은 인사도 없이 떠나는 진수혁을 보며 혀를 찼다.
손 한번 흔들 기색도 없이 가버린 모습에 피식 웃던 그녀는 옷을 갈아입고 나온 강현서에게 물었다.
“당신네 대표님, 우리 차는 챙겨놨죠?”
연청은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리며 물었다.
그녀의 눈꼬리가 살짝 올라가며 특유의 도도한 분위기가 묻어났다.
“네. 따로 준비해두셨어요.”
“내일 출근할 때 내 노트북 꼭 챙겨오라고 전해주세요.”
“그건 직접 말씀하셔도 되잖아요.”
강현서가 갸웃거리며 말했다.
“이런 분위기 깨는 말은 비서가 대신 전하는 게 더 낫잖아요.”
연청은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강현서는 잠시 말문이 막힌 듯 고개만 끄덕였다.
한편, 진수혁의 차 안은 숨막힐 듯 고요했다.
밖에서 들려오는 경적 소리 외에는 타이어가 도로를 스치는 소리조차 거의 들리지 않았다.
진수혁은 룸미러를 통해 뒷좌석을 잠깐 흘끔 보았다.
서지수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 없었다.
“...청운재로 갈까, 아니면 드림 아파트?”
진수혁이 조용히 물었다.
“드림 아파트.”
서지수는 잠시 망설이다가 짧게 대답했다.
“알겠어.”
그는 대답 후 다시 말없이 운전에 집중했고 그 후로 차 안에는 더 이상의 대화가 없었다.
도착 후, 진수혁은 서지수를 집 안까지 데려다주었다.
이번엔 그녀도 그를 막지 않았다.
차가운 물줄기가 그의 선명한 이목구비를 타고 흐르며 가슴을 지나 타일 바닥으로 떨어졌다.
정말 차가웠다.
하지만 그 차가움조차 잠시 후 서지수가 그를 거절할 때의 한마디보다는 아프지 않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
반 시간쯤 지나 두 사람은 다시 마주했다.
서지수는 캐주얼한 옷으로 갈아입고 표정도 한결 차분해져 있었다.
그녀는 소파에 앉은 진수혁에게 물 한 잔을 건넸다.
“오늘... 고마웠어.”
그가 아니었다면 오늘 자신은 훨씬 더 큰 고통을 겪었을지도 모른다.
두려움을 이겨낸다는 것이 얼마나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인지,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진심으로 고마웠다.
“괜찮아.”
진수혁은 조용히 대답했다.
“애초에 이런 일이 생긴 게 내 잘못이니까. 해결하는 것도 당연한 거야.”
서로 주고받는 말들이 어색했다. 지나치게 정중해서 오히려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감만 더 크게 느껴졌다.
서지수는 한참 망설이다가 조심스레 물었다.
“몸은 괜찮아? 누가 그러던데, 공포를 억지로 이겨내면 후유증 같은 게 생길 수도 있다고.”
진수혁은 피식 웃으며 여유 있게 말했다.
“네 남편이 그렇게 약하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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