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리 일로 신경 쓰이는 거 알아. 그래서 벌써 확실히 말해 뒀어.”
진수혁이 서지수를 다독였다. 그에게 서지수와의 약속은 평생 포기 못 할 것이나 다름없었다.
서지수는 그를 힘껏 밀쳐 냈다. 핏발 선 두 눈은 상처 입은 작은 짐승 같았다.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넌 그 여자 때문에 날 곤란하게 만들고 망신 주고, 내 가치를 부정하며 인격까지 짓밟았어!”
“이혼만 빼고, 네가 원하는 건 뭐든 보상해 줄 수 있어.”
“필요 없어!”
서지수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녀가 원하는 건 오직 이혼뿐이었다.
“말 좀 들어.”
진수혁이 다시 그녀를 끌어당기며 부드러운 눈빛으로 속삭였다.
서지수는 그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고 몇 걸음 물러났다. 분노 외에는 어떤 감정도 찾을 수 없었다.
“내가 왜 네 말을 들어야 하는데!”
진수혁이 입술을 꾹 다물고 다가왔다.
서지수는 문을 가리키며 씩씩대었다.
“나가!”
“우리 차근차근 얘기하자, 응?”
“다친 사람이 네가 아니니까 태평하게 얘기하자는 거지. 스스로 나가, 아니면 경찰 불러서 내쫓을 거야!”
그 모습을 보고 진수혁은 그녀가 정말 자신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머리를 쓰다듬으려다가 눈 속의 거부감이 또렷이 보여 손을 거둬들였다.
“옆집에 있을게. 필요하면 와.”
서지수는 대답하지 않았다. 가슴에는 울분이 꽉 막혀 있었다.
그를 보고 싶지도, 말하고 싶지도, 같은 공간에 있고 싶지도 않았다.
진수혁은 마지막으로 그녀를 바라보고는 모든 감정을 누른 채 옆집으로 갔다. 그리고 그녀의 격렬한 반응을 생각하며 휴대폰을 꺼내 소채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무리 그가 밉다고 해도 혼자 참고 있다가는 병이 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전화가 울리자 소채윤은 순간 멍해졌다.
“진짜 미친 거 아니에요?”
서지수가 이혼하려고 얼마나 애썼는지 뻔히 알기에, 그 모든 노력을 한마디로 무시하다니 화가 치밀지 않을 수 없었다.
서지수는 여전히 분을 삼키지 못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반드시 이혼해야 한다는 생각뿐인데, 쓸 만한 방법은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심지어 누구를 끌어들여 가짜로 바람이라도 피울까 하는 터무니없는 생각까지 스쳤다.
하지만 그녀는 안다.
지금 이 타이밍에 진수혁이 속내를 드러낸 건, 무슨 수를 써도 그를 벗어나기 힘들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였다.
평생 그에게 묶일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목을 조여 왔다.
복잡한 생각 끝에, 그녀는 감정을 누르며 허지영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모, 여기 상황이 좀 생겨서 이혼 날짜를 당장 잡기 힘들 것 같아요.]
허지영은 그 메시지를 보고 무심코 메일함을 열어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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