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수는 남들이 어떻게 보든, 무슨 생각을 하든 상관없다. 다만 진수혁의 아내라는 꼬리표만큼은 어떻게든 지우고 싶었다.
그에게도 보여 주고 싶다. 그를 떠나도 충분히 잘 살 수 있다는걸.
결혼 5년 동안 돈을 못 번 건, 그가 자신이 돈을 벌겠으니 그녀는 아이만 잘 키우면 된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녀가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이 사실을 진수혁은 전혀 모른다. 예전에 서지수를 자극하려고 내뱉은 모진 말들이 그녀의 마음속 깊이 가장 뽑기 힘든 가시가 되어 있다는 것도 포함해서 말이다.
그걸 모르니, 아무리 사랑하고 이해한다고 해도 지금 그녀가 왜 이렇게 격분했는지 알 수 없다.
“난 네 일을 망친 적도 없고, 간섭할 생각도 없어.”
“사람들한테 난 그냥 평범한 직원이야. 너 같은 재벌이 내 자리에 아침을 놓고 가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 것 같아?”
“일 열심히 하는 직원을 대표가 챙겨 주는 거지.”
말은 맞다. 하지만 대부분은 둘이 특별한 사이라고 할 것이고, 그의 말처럼 순수하게 받아들일 사람은 극히 드물다.
“앞으로 이런 의미 없는 짓은 그만해줘. 나는 이원에서 일하는 평범한 직원일 뿐이야. 헛소문 한번 돌면 견디기 힘들어. 내가 쏟은 노력이 다 물거품 되는 것도 싫고.”
말을 끝내자마자 그녀는 등을 돌렸다.
“잠깐.”
등진 채 서지수가 차갑게 말했다.
“진 대표님, 또 뭐예요?”
“오늘 집에 가서 짐 챙겨. 월요일에 출장 겸 연수 갈 거야. 기간은 일주일.”
그가 옆에 있던 서류를 내밀었다.
“출장?”
서지수는 사적인 방식을 회사 일에 끌어오는 걸 싫어했다.
그 뜻을 알아챈 진수혁은 더 묻지 않았다.
“팀원들한테 알려. 월요일 출발이야.”
“알겠어.”
서지수가 짧게 답했다.
서류를 들고 자리로 돌아온 그녀는 출장 명단을 확인했다. 자신 외에 정예원을 비롯해 배경, 캐릭터, 기획 담당 몇 명이 더 있었다. 서지수는 한 사람씩 불러 일정을 전했다.
서류를 받아 든 정예원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진 대표님, 진짜 미친 거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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