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는 아직 어리잖아. 아이 앞에서 그런 얘기하지 마.”
서지수는 진수혁이 반박하지 않는 것을 보고 두 사람이 진짜로 이런 이야기를 나눴을 거라 확신했다.
“혹시라도 그 말이 현실이 된다면...”
진수혁과 진하늘은 동시에 당황했다.
진하늘은 처음엔 놀랐지만 금방 희희덕거리는 표정으로 진수혁을 바라보며 소리 없이 말했다.
‘엄마도 아저씨가 일찍 죽길 바라는 모양이네.’
진수혁은 그의 눈빛을 읽었다.
예전엔 왜 몰랐을까, 진하늘이 이렇게 불효자일 줄은.
그는 신경 쓰지 않고 얇은 입술을 움직이며 서지수의 말에 답했다.
“알겠어.”
서지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진하늘이 스스로 깼다는 걸 확인한 후 방으로 돌아가 씻었고 어젯밤의 의심도 이제는 그저 자신의 착각이었다고 확신했다.
방문 밖에는 다시 두 부자만 남았다.
진수혁이 진하늘에게 한마디 하려는 순간 그는 짧은 다리를 움직이며 방 안으로 들어갔다.
“엄마, 내가 옷 찾아줄게요.”
10분 후.
씻고 나온 서지수는 곧장 드레스룸으로 향했다.
누가 건드린 흔적조차 없는 옷들을 보자 그녀의 미간에는 의심이 스쳐 지나갔다.
진수혁이 소유리를 데려와 이곳에 머물게 했는지는 둘째라 치고, 예전에 그녀가 바닥에 떨어뜨려 부숴버린 보석들이 다시 완전한 상태로 진열장 안에 놓여 있었다.
“네가 돌아왔을 때 물건 위치를 못 찾을까 봐,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게 했어.”
어느새 서지수의 뒤에 선 진수혁은 거울을 통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서지수는 흠칫했지만 곧 팩폭을 날렸다.
“이미 건드렸잖아.”
“소유리가 건드린 것들은 전부 새 걸로 바꿨어.”
진수혁은 태도가 좋았고 목소리는 부드럽고 낮았다.
“부서진 것들도 브랜드 측에 똑같은 디자인으로 새로 만들어 오게 했어.”
서지수는 몸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진수혁의 깊고 단호한 눈빛과 달리 서지수의 눈에는 오직 냉담함만 있었다.
“모레 오후에 하늘이랑 놀아주러 다시 올게.”
진수혁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하늘이한테 물어봐.”
“난 엄마의 모든 결정을 응원해요.”
진수혁은 결과를 알고 있었기에 참여하지도 간섭하지도 않았다. 솔직히 그가 동의하든 하지 않든 서지수의 결정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아직 시간이 많으니 진수혁은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아침 식사가 끝난 후, 육아영에게 수업하러 육씨 가문에 가야 하는 서지수는 서둘러 준비하기 시작했다. 진수혁이 바래다주겠다고 제안하자 서지수는 당연히 거절하려고 했다. 그러나 청운재에서 택시를 탈 수 있는 곳까지 걸어가려면 꽤 멀어서 최소 30분은 걸렸다.
그녀의 망설임을 알아챈 진수혁은 곧바로 말을 이었다.
“하늘이랑 같이 갈 거야. 단둘이 있는 게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웬일인지 진하늘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이렇게 된 이상 서지수도 더는 거절하지 않았다.
그녀가 차에 타자마자 진수혁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고 곁눈질로 보니 화면에는 ‘소유리’라는 세 글자가 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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