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제출한 이력서에 대한 답장이 오지 않자, 서지수는 진수혁이 의도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어쩔 수 없이 아르바이트로 목적을 바꾸고 그날 오후에 일대일 댄스 수업 면접을 잡았다.
결혼한 이후로 전업주부로 살았지만 어릴 적부터 춤과 그림은 결코 포기한 적이 없었다.
서지수는 약속한 장소로 향했다. 이곳은 경주에서 유명한 부자 동네로 이곳 부모들은 개인 교사를 구할 때 일대일로 하는 경우가 많아 이번에도 진수혁이 아닐까 걱정되지는 않았다.
약속 상대가 진수혁은 아니었지만 결국 진수혁과 비슷한 사람이었다.
도우미 아줌마를 따라 별장에 들어선 그녀는 네다섯 살짜리 아이와 놀고 있는 온화하고 품위 있는 남자를 보자마자 멍해지고 말았다.
“아주버님.”
‘진민기가 왜 여기 있지?’
“왔어요? 들어와요.”
진민기는 잘생긴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서지수는 충격을 받긴 했지만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진민기는 아이를 도우미 아줌마에게 넘기고 그녀와 함께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 오늘의 그는 연회색 정장을 입고 은테 안경을 걸치고 있어 전체적으로 점잖고 온화한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서지수는 그가 겉으로는 온화해 보여도 얼마나 잔인한 사람인지 알고 있었다.
“앉아요.”
진민기는 소파에 앉으라고 하고는 물었다.
“뭘 마실래요? 주스 어때요. 제가 기억하기로는 집에서 과일 주스를 좋아했던 것 같은데.”
서지수는 온몸이 경직된 채로 대답했다.
“아무거나 다 괜찮아요.”
진민기는 바로 도우미 아줌마에게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분위기는 잠시 침묵에 빠지고, 서지수는 이 어색한 분위기를 깨보려고 말을 꺼냈다.
“아주버님 아이한테 무용 선생님이 필요한 거예요?”
“제 아이가 아니라 도훈이 아이에요.”
진민기는 여전히 따뜻한 느낌을 주었다.
“잠깐 볼일이 있어서 나갔는데 제가 대신 면접 보기로 했어요.”
“수혁이랑 있은 일은 이미 전해 들었어요.”
진민기가 먼저 언급했다.
“이번에는 수혁이가 너무했어요. 도움이 필요하면 저한테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
“감사해요. 아주버님.”
서지수는 대화하면서 계속 끌려가는 느낌이었다.
진민기는 카드 한장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이 카드 가져가요. 안에 얼마 없는데 당장 급한 불을 끄는 데는 도움이 될 거예요.”
“아니에요.”
서지수는 고민도 하지않고 바로 거절했다.
진수혁의 돈을 받는 것은 모욕당하는 것으로 끝나겠지만 진민기의 돈을 받았을 때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서지수는 차마 이 돈을 받을 용기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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