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친구를 이기기 위해서요.”
육아영은 작지만 맑고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
“어떤 면에서든 제가 더 낫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서지수는 녀석의 경쟁심이 이렇게 강할 줄 몰랐는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선생님.”
육아영은 작은 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으며 반짝이는 두 눈으로 쳐다보았다.
“저를 엄하게 대해주면 안 돼요? 빨리 배우고 싶어서요.”
“그래.”
서지수가 알겠다고 하자 육아영도 열심히 배워보기로 했다.
서지수는 고전무용 실력이 뛰어나 전성기 시절에 수많은 국가급 상을 받았었고, 결혼 후에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수업 단계로 들어선 모습을 보고 서재에서 CCTV를 쳐다보고 있던 육도훈이 점잖아 보이는 남자에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미 아영이한테 말했으니까 실수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어차피 아영이도 요즘 고전무용을 배우고 싶어 했어요.”
CCTV를 쳐다보고 있는 진민기의 어두운 눈빛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지 몰랐다.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요.”
육도훈이 묻자 진민기가 고개를 돌렸다.
육도훈은 좀 더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말했다.
“상식대로라면 수혁이가 밖에서 만나는 소유리 씨야말로 저희가 주목해야 할 상대가 아닌가요? 왜 지수 씨를 감시하는 거예요? 이미 수혁이랑 이혼했잖아요.”
“그냥 언급만 했지, 아직 이혼한 건 아니야.”
진민기가 정정하자 육도훈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게 무슨 차이가 있어요? 어차피 이혼할 사이잖아요.”
서지수는 이 번호에 전화를 걸었는데 이번에는 수신 불가가 아니라 실제로 연결음이 울렸다.
1분 1초가 흘러가고, 분명 연결음이 서너 번밖에 울리지 않았는데 서지수는 이 시간이 너무나 길게 느껴졌다.
머릿속에는 온통 그가 돈을 빼돌리고 도망친 일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다섯 번째 연결음 만에 통화가 연결되고, 전화기 너머에서 세월이 느껴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수야.”
서지수는 핸드폰을 잡고 있는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이 목소리 맞아. 오랜만에 무슨 염치로 내 전화를 받는 거야.’
“엄마 상태가 갑자기 악화되었다고 들었어. 정말이야?”
강석구의 무거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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