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단을 나한테 보내줘.”
진수혁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알았어. 그러면 지수 씨는?”
고준석은 대답을 듣기도 전에 핸드폰이 해킹당해서 자동으로 후방 카메라가 켜진 것을 보았다. 이때 누군가의 감정 기복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쪽으로 찍어봐. 이따 들어가라면 들어가고.”
‘그냥 영상통화로 하면 되지, 왜 내 핸드폰을 해킹하고 난리야.’
이 순간 방 안은 아까보다도 더 시끄러웠다. 서지수가 강석구에 의해 끌려들어 가자 모든 사람의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다.
“이리 와봐.”
강석구는 거칠게 그녀를 끌어당기며 말했다.
“아저씨들한테 술 따라봐.”
“강 대표님, 이분은 누구예요?”
질문한 사람은 악의적인 시선으로 서지수를 위아래로 살폈고, 눈빛은 이보다도 더 노골적일 수가 없었다.
“제 딸 서지수예요.”
강석구는 아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실실 웃었다.
“오늘은 제 딸이 여러분과 함께 한잔할 거예요. 계약서를 한번만 더 살펴주시기를 바랄게요.”
“그래야죠.”
모두가 웃기 시작하자 서지수는 그의 속박에서 벗어나려고 처음으로 이렇게 매서운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미친 거 아니에요?”
아버지가 딸한테 이럴 줄 몰랐던 것이다.
쨕!
강석구는 증오가 가득한 표정으로 그녀의 뺨을 때렸다.
“아저씨들과 술을 마실수 있는 것도 영광인 줄 알아. 아직도 진씨 가문 사모님인 줄 알았던 거야?”
“진수혁 대표님의 허락 없이 어느 언론이 이런 헛소문을 퍼뜨리겠어요.”
사람들은 눈앞에 있는 서지수가 버림받은 존재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녀를 향한 진수혁의 애정이 사라진 지금, 서지수를 바라보는 이들의 눈빛은 전혀 거리낌 없었다.
서지수는 강석구한테 뺨 맞아 아직도 멍한 상태였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손찌검은 물론 험한 말 한마디 하지 않던 아버지가 이런 곳에 데려와서 예전에 돈을 빼돌리고 도망쳤던 때보다 더 낯설게 느껴졌다.
“아직도 뭐 하고 있어. 얼른 술 따르지 않고.”
강석구가 힘껏 등을 떠밀자 서지수는 뒤돌아 도망치려고 했다.
그런데 손잡이에 닿기도 전에 다시 강제로 끌려왔다.
강석구는 얼굴이 창백해진 그녀를 쳐다보며 그 어느 때보다도 사나운 말투로 말했다.
“또 도망쳤다간 다리를 부러뜨릴 거야.”
와장창.
서지수는 테이블 위에 있던 술병을 깨뜨려 뾰족한 부분을 강석구에게 향하면서 말했다.
“못 나가게 하면 피를 보게 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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