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일 봐. 일부러 날 위해 돌아올 필요 없어.”
소유리는 목적을 이루자 배려심이 있는 듯이 말했다.
“난 괜찮아. 좀 쉬면 괜찮아질 거야.”
“알았어.”
진수혁은 강요하지 않았고 두 사람이 서로 따뜻한 말을 두 마디 한 다음 전화를 끊었다.
고준석은 그와 서지수, 소유리 사이의 일을 잘 알고 있지만 그가 이 정도로 미칠 줄은 몰랐다.
“너 소유리가 거짓말하고 있는 걸 알지?”
“무슨 말 하려고?”
진수혁의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눈에서 정서를 읽을 수 없었다.
“속된 말로 말하면 소유리는 그런 가식적인 나쁜 년이야. ”
“응.”
진수혁은 여전히 차분하고 느긋한 태도를 보였다.
고준석은 ‘응’이란 말에 당황했다.
“쟤가 먼저 서지수를 찾아가서 괴롭힌 거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거야?”
고준서는 진수혁의 손톱만 한 양심을 깨우치려고 애썼다.
진수혁은 감시카메라에 담긴 초조하게 수술실을 바라보고 있는 서지수를 바라보면서 예전과 비슷한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
“내가 어떤 성격인지 이제 알았어? “
“아무리 감싼다고 해도 상황을 봐서 해야지.”
고준석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다.
“소유리가 한 짓이 문제가 있다고.”
“정의를 구현하는 것은 법이 해야 할 일이야. 난 그냥 내 사람만 지키면 돼.”
진수혁의 말에 고준석은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억지로 삼켰다.
그는 진수혁이 자기편을 무작정 감싸는 성격을 알고 있다. 예전에 서지수가 괴로움을 당하면 그는 사건의 경위를 따지지도 않고 감싸기만 하였고 모든 사람에게 그는 말이 통하지 않는 막무가내인 인간이라는 걸 알려주었다.
그때 고준석은 진수혁이 정말 상남자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서지수가 이혼하려고 하자 소유리가 그의 사람이 되었고 그는 무분별하게 소유리의 편에 서서 서지수를 탓했다.
“쟤가 고생을 사서 하겠다는데 뒷감당은 자기가 해야지.”
고준석은 그를 힐끗 쳐다보고는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
그는 직감적으로 서지수가 진수혁과 재결합하지 않을 것이라고 느꼈다.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그런 생각이 있었다면 위험을 무릅쓰고 육도훈의 집에 가서 댄스 강사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참 있다가 그는 곁눈질로 진수혁을 쳐다보면서 잘 생각하라고 말했다.
“소유리가 정말 그렇게 중요해? 5년 동안 사랑했던 아내를 포기할 정도로 중요해?”
“그래.”
진수혁의 눈빛이 더 어두워졌다.
“숙려 기간이 끝나고 서지수가 기어코 이혼하겠다면?”
고준석은 가장 잔인한 얘기를 꺼냈다.
진수혁은 컴퓨터 옆에 놓인 큰 손을 살짝 오므렸고 얇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바보가 아닌 이상 이혼할 리가 없어. 서지수는 그런 바보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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