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소유의 얼굴은 흥분으로 가득 차 있었다.
드디어 방우혁을 제대로 혼내줄 기회가 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모의고사에서 네가 최고로 몇 점 받아본 적 있어?”
방우혁이 무심하게 묻자 한소유는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709점이야. 우리 특진반에서 1등 한 적도 있어.”
“그래?”
방우혁은 무심하게 감탄하더니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그럼 난 710점 이상 맞으면 되겠네. 아니, 확실하게 715점쯤 해두자.”
“흥, 너 진짜 700점 넘기는 게 쉬운 줄 알아? 진짜 그렇게 받을 수 있다면 나도 네가 하자는 대로 다 해줄게.”
한소유는 가슴을 쭉 펴며 도발했다.
방우혁은 힐끔 한소유를 쳐다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소유는 자기가 방금 무슨 말을 했는지 뒤늦게 깨닫고 얼굴이 새빨개졌다.
한소유는 황급히 고개를 돌리고 다시 문제집을 펼쳤다.
‘이번에는 무조건 이겨야 해. 안 그러면 방우혁이 계속 잘난 척할 거잖아. 그 꼴은 정말 죽어도 봐주지 못하겠어.’
아침 공부 시간이 끝나고 학생들은 책상을 일정 거리 벌려 놓으며 모의고사 준비를 시작했다.
그 틈을 타 한소유는 유지석을 찾아갔다.
“유지석, 방우혁 평소에 시험 잘 봐?”
한소유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유지석은 가까이 다가온 한소유의 얼굴을 보고 순간 긴장해서 더듬거렸다.
“그, 그냥 항상 반에서 30등 정도야.”
30등이라고?
이 반 학생은 전부 60명이니까 이 성적이라면 딱 중간 정도였다.
이 반 자체가 일반 반이라 성적이 가장 좋은 애들도 650점을 넘기기 힘들었다.
그런데 방우혁이 여기서 30등 자리에 있다니, 그럼 715점은 허무한 망상에 불과했다.
한소유는 그제야 완전히 안심했다.
시험이 시작되었다.
첫 번째 과목은 국어였다.
이번에는 무조건 고득점을 받아야 하기에 한소유는 그 어느 때보다 집중해서 문제를 풀었다.
한소유는 기필코 점수로 방우혁 코를 납작하게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글짓기를 하기 전에 한소유는 슬쩍 방우혁 쪽을 훔쳐봤다.
그런데 방우혁은 이미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었다.
“흥, 이러고도 날 이기겠다고? 꿈도 야무지네.”
한소유는 코웃음을 치며 더 이상 방우혁을 신경 쓰지 않고 글짓기를 하기 시작했다.
국어 시험이 끝난 후, 두 번째 과목은 수학이었다.
수학은 한소유의 주특기였기에 매번 140점 이상을 받았다.
문제를 풀다가 한소유는 다시 방우혁을 살짝 훔쳐보았다.
그러자 방우혁은 시작한 지 30분도 안 돼서 또다시 엎드려 자고 있었다.
30분이면 고작 객관식 문제나 풀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봐도 방우혁은 뒤쪽 주관식 문제를 전부 포기한 것 같았다.
역시 공부를 못하는 애들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오후에는 종합 과목과 영어가 있었다.
한상호는 지난번 도시 빈민가에서 방우혁의 실력을 똑똑히 목격한 이후로 그를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그러죠. 애초에 저도 한소유를 따라 집에까지 갈 생각도 없었어요.”
방우혁이 무심하게 대답했다.
“잠깐, 너희 대체 어디 가는데? 왜 난 갈 수 없어?”
한소유가 뒤늦게 무슨 상황인지 깨닫고 항의하자 한상호는 차분하게 답했다.
“소유야, 난 방우혁 씨를 무사 지하 경매장에 모시고 가야 해. 그곳엔 정말 별별 사람이 다 있어. 소유 넌 여자애잖아. 그런 복잡한 곳엔 발을 들이는 게 좋지 않을 거야.”
한소유는 입술을 꽉 깨물고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한상호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었기에 한소유도 더 이상 강요하지 않았다.
한소유를 집에 내려준 후, 한상호와 방우혁은 곧장 무사 지하 경매장으로 향했다.
이 경매장은 오로지 무도를 수련하는 무사들을 위한 곳이었는데 한 달에 최소 두 번은 경매가 열렸다.
경매장은 강해시 외곽의 외딴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곳엔 오래된 건물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그 안에서 경매가 열렸다.
건물 앞 넓은 구역에는 이미 수많은 차가 주차되어 있었는데 그중엔 수억짜리 명품 차들도 보였다.
“여긴 무슨 화폐를 쓰죠?”
방우혁이 물었다.
“평소 우리가 쓰는 돈과 같습니다. 특별한 화폐는 없어요.”
한상호가 답했다.
방우혁은 4천 년 전 기억을 떠올렸다.
그때 경매장은 전부 영석으로 거래했었다.
경매장 안으로 들어서자 그곳엔 이미 수백 명의 무도 수련자가 모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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