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 어린 심유정의 말에 온서빈은 그런 일들을 직접 겪지 않았다면 정말 용서했을 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그녀를 차갑고 냉정한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매정하게 말했다.
“아니. 나중에야 송성진에겐 단지 미련이 남았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는데 그럼 나중에 나한테도 그저 미련이었다고 할지 누가 알겠어? 자기 마음조차 모르는 사람의 약속을 내가 어떻게 믿지?”
온서빈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심유정의 마음은 싸늘하게 식어갔고 결국엔 무기력한 변명만 할 뿐이었다.
“서빈아, 거짓말이 아니라 진심이야. 네가 없는 동안 하루하루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겪었어. 서빈아, 난 너 없이는 못 살겠어...”
저 멀리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던 정소율이 이쪽을 알아채고 주위 사람들과 대화를 마무리 지은 뒤 온서빈 쪽을 가리켰다.
“죄송하지만 전 따로 일이 있어서 이만 가볼게요.”
“미안하지만 다른 할 일이 있어서 동행하지 않겠다.”
줄곧 온서빈을 가로막고 있는 여자를 보며 그들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보내주었다.
정소율은 빠르게 모퉁이를 향해 걸어가던 중 갑자기 웨이터 복장을 하고 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온서빈을 향해 걸어오는 수상한 형체를 발견했고 얼굴은 보이지 않은 채 그저 남자라는 것만 알 수 있었다.
순식간에 불길한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올라 왔지만 두 사람은 구석에서 대치하고 있었고 온서빈은 남자를 등진 채 다가오는 위험을 모르고 있었다.
정소율이 서둘러 달려갔지만 거리 때문에 남자보다 한발 늦었다.
바로 그때, 남성이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온서빈을 향해 무섭게 찌르는 모습이 보였다.
“온서빈, 죽어!”
그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심유정이 때마침 고개를 들어 보니 칼을 든 남자가 온서빈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남자의 얼굴에 씌워진 마스크가 격렬하게 벗겨지고 온몸에서 뜨거운 통증이 느껴지는 순간, 온서빈이 때마침 고개를 들어 드러난 범인의 얼굴을 마주했고 그는 상대를 단번에 알아보았다.
송성진이었다.
온서빈은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가 마침내 무슨 일인지 알아차렸다.
둘 사이에 유일한 접점은 심유정이고 송성진이 자신을 죽이려는 이유는 그녀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온서빈은 이해할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그들의 대화를 들었을 때 둘은 이미 연인이 되었는데 심유정이 요즘 그에게 매달린다는 이유만으로 그를 죽이려고 했던 걸까?
온서빈은 제자리에 멍하니 앉아 있었고 이내 누군가 심유정을 부축하며 그를 옆으로 보냈다.
곧바로 온서빈은 누군가의 품에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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