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본 숙빈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더니 급히 손을 거두며 말하였다.
“폐하, 소첩은 민빈과 승마 이야기를 나누던 참이옵니다. 날을 잡아 궁으로 돌아가 소첩이 직접 말을 가르치기로 하였사옵니다.”
말을 마친 숙빈은 능청스럽게 강희진의 손을 끼어들며 친한 체하였다. 상처가 다시금 닿자 강희진은 속으로 신음을 삼키며 이를 악물었다.
선우진은 가볍게 눈빛을 내리깔아 강희진을 훑어본 뒤, 다시 숙빈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민빈에게는 짐이 직접 가르치면 되니 숙빈이 수고할 일은 없을 것이오.”
그 말투는 마치 그녀를 천 리 밖으로 내치는 듯 냉랭하고도 단호하였다.
“폐하...”
숙빈은 눈살을 찌푸리며 무언가 반박하려다 폐하의 심기를 거스를까 두려워 말끝을 삼켰다.
강희진은 고개를 숙인 채 입을 다물고 두 사람의 노여움이 하루빨리 가시기만을 속으로 바랄 뿐이었다.
“방금 경기에 수고 많았소. 이제 돌아가 쉬시오.”
선우진이 말을 마치자 숙빈이 무어라 말을 덧붙이기도 전에 이내 명을 내렸다.
“숙빈을 모시거라.”
혹여 숙빈이 끝끝내 물고 늘어질까 염려되어 선우진은 즉시 청심을 불러 지시하였다.
청심은 주춤대며 숙빈 뒤로 다가갔다.
숙빈은 억울한 듯 선우진을 바라보았으나 그의 시선은 처음부터 끝까지 강희진에게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숙빈은 분한 나머지 손이 덜덜 떨렸으나 어찌할 도리가 없어 끝내 강희진을 노려보다가 씩씩거리며 발길을 돌렸다.
“소첩, 물러가겠사옵니다.”
강희진은 조금만 더 지체했더라면 팔이 떨어져 나갈 것 같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하얗게 질린 얼굴을 감추려 애썼다.
“왜 그리 급해 하느냐?”
선우진은 강희진을 위아래로 살피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듯 다가섰다. 손을 들어 그녀를 만지려는 찰나, 강희진의 몸이 그대로 휘청이며 바닥에 쓰러졌다.
“누구 없느냐!”
선우진이 다급히 외쳤다.
그의 눈빛은 엄숙하였고 시선은 줄곧 강희진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보아하니, 경기에 임할 때부터 이미 다친 몸이었다. 그런데도 이토록 참아내었다니.
묘하게도 선우진의 가슴 한켠에 알 수 없는 연민이 고개를 들었다. 평소 같았더라면 그저 심드렁했겠지만 오늘만큼은 왠지 진심으로 가슴이 미어졌다.
“참 못났군.”
한참을 바라보던 그는 코웃음을 치고는 천천히 발걸음을 돌려 장막 밖으로 나섰다.
강희진이 눈을 떴을 때는 이미 해가 저물고 있었고 장막 안에는 희미한 촛불이 일렁였다.
그녀는 몸을 일으키려다 상처를 건드렸는지 저도 모르게 신음이 새어 나왔다.
“그리 요란스럽게 굴면 그 팔은 도려내도 아깝지 않겠구나.”
선우진의 목소리가 느닷없이 들려와 그녀는 화들짝 놀랐다.
“폐하를 뵙사옵니다.”
강희진은 황급히 이불을 젖히고 일어나 예를 올리려 했다.
“됐다. 그 허례허식은 생략하거라. 네 몸을 그리 가볍게 여기면 어떡하느냐. 네가 정말 죽게 된다면 그 일로 정승이 짐을 어찌 몰아세울지 뻔한 일이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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