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진이 강희진을 힐끗 바라보곤 못내 한숨을 내쉬었다.
강희진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슬그머니 내렸던 다리를 다시 이불 안으로 거두었다.
분명 걱정이 되어 그런 것임에도 꼭 일부러 무섭게만 구는 듯한 모양새였다.
외인들이 황제를 두고 성질이 괴팍하고 기분이 갈피 없이 오간다 평하는 게 이유가 없는 건 아니었다.
강희진은 아직도 처음 자신이 궁에 들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를 떠올릴 수 있었다. 혹여 황자를 품기도 전에 먼저 목이 달아나진 않을까, 한동안 걱정에 마음을 놓지 못했었다.
“무슨 생각을 그리 하느냐?”
선우진은 그녀가 입술을 꼭 다문 채 아무 말 없이 있는 것을 보고는 눈썹을 살짝 치켜들며 물었다.
“소첩은 그저 폐하께서 이토록 마음을 써주시니, 이 생이 헛되지 않았구나 싶사옵니다.”
강희진은 그럴 듯한 말투로 감격을 가장하며 억지로 눈물을 두 방울 떨어뜨렸다.
“속으론 짐을 욕하고 있는 거 아니냐?”
선우진은 못마땅하다는 듯 눈을 흘겼다.
“소첩이 어찌 감히 그러겠사옵니까! 소첩은 폐하를 연모하기에도 모자라옵니다!”
강희진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속이 철렁 내려앉았다. 혹여 이 말에 노여움을 살까 두려웠던 것이다.
“네 말대로라면 어찌 다쳤으면서도 말 한마디 않았느냐?”
선우진은 코웃음을 치며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
“가을 사냥은 일 년에 단 한 번 있는 중사이옵니다. 소첩 때문에 폐하께서 괜한 걱정을 품으시고 기분 상하실까 염려되었을 뿐이옵니다.”
그녀는 옷소매로 눈가를 닦으며 애처로운 빛을 머금었다.
“저번에 어서전에서 짐이 네게 한 짓을 아직 마음에 품고 있는 게 아니냐. 짐이 또다시 널 괴롭힐까 겁이 나서 그리 숨긴 것 아니냐?”
선우진의 눈빛은 깊고 깊어 바닥을 알 수 없을 만큼 어두웠다. 그 눈이 강희진에게 닿는 순간, 그녀는 마치 속내까지 들켜버린 듯 숨이 막혔다.
강희진이 몸을 일으키려 하자 궁녀는 놀라 달려와 작게 속삭였다.
침상에서조차 못 일어난다니... 이러다 정말 미쳐버릴지도 모른다.
강희진은 억지로 몸을 일으켜 보려다 궁녀가 겁에 질려 벌벌 떨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결국 체념하고 말았다. 그녀는 반쯤 먹은 죽을 넘기고 뒤척이다 겨우 잠들었다.
이후 며칠 간, 강희진은 정말 단 한 걸음도 막사 밖을 나가지 못했다.
물론 원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녀를 돌보라며 선우진이 초월과 함께 궁녀 둘을 따로 붙였고 심지어 날마다 직접 한 번씩 들러 그녀의 안부를 묻고 갔다.
그렇게 혹독한 감시 아래, 강희진의 상처도 차츰 아물어갔다.
드디어 엿새 째 되는 날, 선우진이 입을 열어 막사 밖 산책을 허하자 강희진은 답답함을 풀려는 듯 사냥터 이곳저곳을 돌며 모처럼의 바람을 맞았다.
그 즈음, 민빈이 요즘 각별한 총애를 받고 있다는 이야기가 조정은 물론, 조정 신료들의 부인들 사이에도 널리 퍼져 있었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추측하기 시작했다. 대주국 황후의 자리가 공석인 데다 후궁 또한 드문 이 시점에서 오직 민빈만이 폐하의 눈에 들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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