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는 말을 마치자마자 여러 시위들과 함께 영녕궁을 떠났다.
“어서 열어 보이거라. 내가 직접 확인하겠다.”
숙빈은 기다렸다는 듯 청심과 홍윤을 손짓해 불렀다.
두 하녀는 명을 받고 곧장 나아가 함을 열었다.
찰나, 눈부신 광채가 쏟아져 나오며 안에 있던 이들의 숨을 멎게 만들었다. 모두가 넋을 잃고 시선을 떼지 못하였다.
“하늘이시여.”
한참 만에야 청심이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는 입을 틀어막으며 감탄을 내뱉었다.
함 안에는 빛나는 비단 한 필이 고이 접혀 있었다. 얼핏 보기엔 달빛처럼 은은한 색이었으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금사가 촘촘히 박혀 있었고 결이 고우며 햇살을 받자 일곱 빛깔 광휘마저 일었다.
청심과 홍윤은 숙빈 곁에서 귀한 보물들을 수없이 보아온 이들이었건만 이 비단 앞에서는 절로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이건 연우상이다!”
숙빈은 기쁨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오라버니가 진정 연우상을 구해오셨구나!”
청심과 홍윤은 서로 눈을 맞추었다. 둘 다 그제야 모든 것을 깨달았다.
육 년 전, 북적이 침입하였을 때 양현무는 군을 이끌고 항성에 주둔하였다. 그때 숙빈은 사서에서 읽은 연우상에 흥미를 느껴 양현무에게 꼭 구해달라 조르곤 했다.
하지만 연우상은 재료나 제작법 모두 극히 까다롭기로 유명하여, 가장 전성기에도 십 년에 고작 세 필이 나올까 말까 했다. 하물며 그 제작법은 이미 선황 대에 완전히 실전되었다는 기록도 있어 전란이 끝날 때까지도 양현무는 결국 그것을 구하지 못했다.
설마 오라버니가 그때 일을 지금껏 마음에 담아 두고 결국 찾아냈을 줄이야.
“장군께서 정말로 정성을 다하셨군요.”
홍윤이 감탄을 금치 못하며 말했다.
“그야 당연하지.”
숙빈은 고개를 꼿꼿이 세우며 자부심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내 오라버니들은 모두 전장에서 전사하고 장군가에 이젠 나와 둘째 오라버니밖에 없으니, 그분이 나를 얼마나 아끼는지는 말할 것도 없지.”
며칠째 선우진에게 냉대를 받아 의기소침하던 차였다. 속이 꽉 막혀 무얼 해도 흥이 나지 않았는데 지금처럼 양현무의 진심이 느껴지는 순간, 숙빈은 다시금 기운을 되찾는 듯하였다.
“연우상이 있다면 추석 연회에서 분명 돋보이실 것입니다!”
혹시 숙빈이 옛 상처를 떠올리고 다시 침울해질까 염려되어 청심은 서둘러 화제를 다시 연우상으로 돌렸다.
“마마께서 그 여인과 견주시는 건 오히려 스스로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일이지요.”
청심은 말이 통하는 기세를 타고 다시 입을 열었다.
“정실은 당당한 예의와 품격, 능히 궁중을 도맡을 수 있는 기량을 갖추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강원주 같은 여인은 기껏해야 잠깐 즐기기나 할 만한 존재일 뿐. 마마께서 생각해보십시오. 폐하께서는 어린 나이에 황좌에 앉으셨으나 수완이 뛰어나신 분이지요. 이런 사소한 것조차 분간 못 하실 리가 없사옵니다.”
청심은 조근조근한 말투로 숙빈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하나하나 설명을 더했다.
“네 말대로이기를 바랄 뿐이다.”
숙빈의 음성은 여전히 차분하였으나 아까보다는 눈빛이 한결 부드러워져 있었다.
이야기를 마친 숙빈은 궁인들에게 명하여 연우상을 내전으로 들여보내게 했다.
추석 연회가 가까워지자 선우진은 후궁들을 별도로 불러 잔치 준비에 대한 논의를 하였다.
강원주는 직접 나서기로 결심하였다.
“춘희와 하선이가 나를 따라가면 된다. 너는 궁에 남아 있거라.”
비록 강희진은 얼굴을 가린 가면을 쓰고 있었으나 요사이 그 모습으로도 선우진의 눈에 여러 번 띄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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