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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승은을 입은 후 นิยาย บท 180

양현무의 눈빛은 날카롭게 빛났고 마치 탁윤의 속을 꿰뚫어 보겠다는 듯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어릴 적부터 무예를 익히고 전장을 누비며 다져진 기세는 무겁고도 강렬하여 두 사람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자 누구 하나 쉽게 말을 섞지 못했다.

“하면 무엇이겠소? 이번에 대주국을 찾은 건, 대주국 황제 폐하께 드릴 명절 선물을 준비한 것 외엔 호위 스무여 명만을 대동하였소. 이 정도면 내 성의가 보이지 않소?”

탁윤은 여전히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당당히 맞섰고 그 태도는 조금의 빈틈도 보이지 않았다.

“짐이 보기엔 구월국 황자가 천 리 길을 달려와 짐의 평안을 기원하고 대주국에 명절 선물까지 준비해 왔으니 그 정성이 참으로 귀하고도 값지도다. 그런 성의를 의심한다면 구월국 백성들 마음마저 저버리는 셈이니 짐도 그런 실례는 범하지 않겠다.”

선우진이 나서자 분위기는 한층 누그러졌다.

“폐하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이 탁윤 감읍할 따름입니다.”

탁윤은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는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띠었다.

“폐하!”

그 모습을 본 양현무는 당장이라도 한마디 쏟아낼 기세였으나 말이 채 입 밖으로 나오기도 전에 선우진의 시선이 그를 스쳤다.

그 짧은 눈빛 하나에 양현무는 속이 서늘해졌고 결국 말을 삼킨 채 억지로 고개를 돌렸다.

“양 장군은 충직하고 백성을 위하는 마음이 지극한 사람이오. 대주국 백성들이 전쟁으로 상처 입고 고통받는 모습은 누구보다 양 장군이 보기 괴로울 것이오. 이리 앞서 나선 것도 그 마음이 간절해서일 터이니, 나무랄 일이 아니오.”

선우진은 그의 반응을 자세히 지켜보며 이내 체면을 세워주는 말을 덧붙였다.

예상대로 그 말이 끝나자 양현무의 굳었던 표정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명절을 맞아 두 나라가 화친을 도모하고자 하는 마당에, 지금은 무엇보다 화합이 중요하지 않겠소.”

선우진은 온화한 미소를 띠며 말을 이었다.

“그대들도 그리 생각하지 않소?”

“폐하의 말씀이 백번 옳습니다.”

탁윤은 호쾌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양현무는 여전히 마음이 개운치 않았지만 선우진이 여기까지 나섰는데 더는 물고 늘어질 수 없어 끝내는 눈빛으로만 탁윤을 한 차례 쏘아보고는 두 손을 모아 예를 갖췄다.

“구월국 황자께 자리를 마련해 드리라.”

분위기가 가라앉자 선우진은 궁인들에게 조용히 일렀다.

“굳이 그럴 것까진 없습니다.”

하지만 탁윤은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단호히 거절했다.

그 말에 다시금 전각 안이 술렁였고 선우진의 눈빛도 잠시 어두워졌다가 이내 아무 일 없다는 듯 되돌아왔다.

“보름 가까이 긴 여정을 달려온 터라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잠시 궁 안을 둘러보고 싶을 뿐이니, 폐하께서는 부디 연회를 즐기시지요. 내일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시간이 어느덧 한 시진이 흘렀으나 명광궁 궁인들은 아직 이곳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주변이 조용할수록 강희진은 더욱 답답함을 느꼈다.

‘설마 이대로 나를 잊어버린 건 아니겠지? 아니, 그럴 리가 없다.’

강상목이 맡긴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오직 그녀 하나뿐이었다.

더군다나 지금은 이미 절반 넘게 진행된 상황에서 중간에 인물을 바꾸는 건 강상목 입장에서도 너무나 큰 위험이었다.

그가 자신의 벼슬, 나아가 온 가문의 안위를 걸고 이런 도박을 할 리 없었다.

강희진은 바깥 상황을 알 수 없었기에 오직 머릿속으로만 끊임없이 추측하며 가정을 세우고 무너뜨리길 반복하고 있었다.

“거기 누구 없습니까?”

귀를 곤두세우고 있던 찰나 밖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또렷이 들리진 않았지만 분명 누군가 지나가고 있었다.

강희진은 잔뜩 긴장한 채 서둘러 입을 열었다.

“저... 안에서 문을 잘못 잠갔습니다. 부디 문 좀 열어주시겠습니까? 보답은 꼭 드리겠습니다!”

밖에서는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강희진은 다시 다급히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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