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진은 느릿하게 눈꺼풀을 내리깔았다. 품 안에 안긴 강희진은 그의 팔을 베고 누워 있었고 길게 흘러내린 검은 머릿결이 그의 팔목을 따라 얽히며 마치 풀 수 없는 인연처럼 감겨 있었다.
강희진은 사실 이미 깨어 있었다. 그저 이대로 조금만 더 선우진 곁에 머무르고 싶었을 뿐이었다.
이 사내의 속을 더 깊이 들여다보려면 지금 이 시간이 꼭 필요했다. 전생에서도 그녀는 그를 끝내 다 알지 못했다. 그만큼 그는 좀처럼 헤아리기 어려운 상대였다.
선우진은 그녀가 깨어있음을 눈치챘으나 굳이 들추지 않았다. 다만 떨리는 그녀의 속눈썹을 흥미롭다는 듯 바라볼 뿐이었다.
강희진은 무의식적인 몸짓처럼 그의 가슴께를 살짝 더듬었다. 그 두 손이 가슴 위를 놀자 선우진은 웃음 섞인 숨을 내쉬며 그 손을 단박에 움켜쥐었다. 그러곤 입술에 가져다 부드럽게 이로 두어 번 깨물었다.
“깼느냐?”
발음은 약간 흐릿했지만 강희진은 그 말뜻을 또렷이 알아들었다.
들킨 상황이었지만 그녀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수줍은 듯 촉촉이 젖은 여우 같은 눈을 슬며시 뜨고 입가에 잔잔한 웃음을 머금은 채 속삭였다.
“폐하...”
“요망한 것, 마치 물로 빚은 듯하구나. 짐을 아예 이 자리에 붙잡아두려는 것이냐.”
서우진은 그녀의 볼에 코끝을 비비며 다시금 속으로 뜨거운 무언가가 치솟는 것을 느꼈다. 그럼에도 그는 이내 몸을 일으켜 자리에서 내려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허운이 문 앞에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다. 이미 황제가 일어설 기미를 느끼고 의관을 챙기러 와 있었다. 곧 궁녀들이 데운 물을 들고 들어왔다.
강희진은 황급히 이불을 끌어 올려 몸을 감쌌으나 눈길은 선우진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가 문득 뒤돌아보자 그녀는 황급히 얼굴을 이불로 가렸다. 이불 속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한층 얌전하고 조심스러웠다.
따귀 소리가 방 안을 쩌렁 울렸다. 강희진의 뺨에는 순식간에 붉은 손자국이 올라왔다. 눈이 커다랗게 떠졌지만 그녀는 곧 눈빛을 가라앉히고 화난 기색을 억누른 채 차분한 표정을 되찾았다.
다른 이의 눈에 강희진은 그저 갑작스러운 일에 놀라고 억울함을 삼키는 연약한 궁녀처럼 보일 뿐이었다.
말없이 떨리는 입꼬리, 쏟아질 듯 맺힌 눈물. 그럼에도 강희진은 눈물 한 방울조차 흘리지 않았다. 그녀는 조용히 손을 들어 쓰라린 뺨을 어루만졌다. 따끔거리는 통증에 몸을 움찔했다.
강원주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더욱 분노를 쏟아냈다.
“가증스러운 년! 너 오늘 일부러 그 불씨를 내 옷에 튕긴 거지? 내가 화를 입어야만 네가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거냐?”
강희진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떨군 채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 뒤엉킨 감정을 꾹 눌러가며 애써 마음을 진정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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