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진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선우진을 올려다보니 그의 눈빛은 깊이를 가늠할 수 없었다.
특히 침소에서는 그 성정이 남다르게 기묘하고도 변태적이었으니 이번에도 그의 의중을 섣불리 헤아릴 수가 없었다.
“소첩, 먼저 옷을...”
“그럴 필요 없다.”
선우진의 말은 단호했는데 단 한 치의 의문도 허락하지 않는 어조였다.
“이대로 먹을 갈거라. 그래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으니.”
그는 가볍게 웃으며 책상 위에 있던 강희진의 옷가지를 거칠게 쥐어 던졌다. 강희진은 미간을 살짝 좁혔으나 결국 순순히 손을 거두었다.
지금 그녀의 몸에는 속옷 한 벌뿐이었고 방금 전 선우진이 거칠게 당긴 탓에 옷깃은 이미 가슴께까지 흘러내려 있었다.
정말이지, 이 망나니 같은 자는 호사를 누릴 줄도 안다.
강희진은 속으로 이를 악물었지만 겉으로는 더욱 농염한 미소를 머금었다. 어쩌겠는가. 사람은 형편에 맞춰 살아야 하는 법.
참아야 했다.
그녀는 조용히 앉아 가늘고 흰 손으로 은숟가락을 집어 들었다.
손목을 살짝 꺾어 맑은 샘물을 몇 방울 떨군 뒤, 묵을 집어 정성스레 갈기 시작했다.
“폐하, 이 정도 먹이면 어떠시옵니까?”
그저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말이었건만 그녀의 목소리는 은근히 늘어져 애틋한 단물이 밴 듯했다.
선우진이 먹을 묻힐 수 있도록 벼루를 살짝 밀어 올렸다. 그러나 그는 붓 대신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
긴 손가락이 그녀의 손등을 스치며 손가락 사이를 천천히 헤집었다. 지나가는 듯하면서도 살짝만 더 힘을 주면 놓아주지 않을 것 같은 감촉이었다.
“아...!”
예상치 못한 접촉에 강희진은 짧은 비명을 흘렸다. 얼른 고개를 들었으나 선우진은 태연하게 손을 거둔 뒤 장난기 어린 눈빛을 보낼 뿐이었다.
“흠, 화비가 간 묵이 아주 훌륭하구나.”
그는 싱긋 웃으며 말한 뒤, 이내 태연히 주렴을 넘기고 상소문을 펼쳤다.
반면 강희진은 아직도 심장이 빠르게 뛰어 한동안 숨을 고르지 않으면 안 될 지경이었다.
비록 선우진이 풍류에 능하다 하나 정무를 볼 때만큼은 사뭇 진중했다.
다행히도 방 안에는 따스한 화로가 피워져 있어 속옷 차림인 강희진도 크게 춥지는 않았다.
강희진은 흠칫 놀라며 그를 불렀다. 그러나 그럴수록 더욱 그를 자극하는 꼴이 되어버렸다.
따스한 품속으로 그녀를 가둔 그는 서둘러 그녀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었다. 손끝은 어느새 그녀의 허리선을 타고 내려가 부드러운 곡선을 훑고 있었다.
그제야 강희진은 완전히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즉시 몸을 웅크려 두 팔로 자신을 감쌌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낮고도 건조했다.
“가만히 있거라.”
하지만 동시에 묘하게 거친 숨결이 섞여 있었고 손끝은 다시 한 번 그녀의 허리를 타고 흘러내렸다.
“폐하...!”
강희진은 이를 악물고 입술을 깨물었으나 몸은 본능적으로 가늘게 떨리고 말았다.
“어떻게 된 일이냐?”
선우진은 시치미를 떼며 낮게 웃었고 그러면서도 손길을 멈추지 않았다.
정말이지 변태 같은 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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