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에 낯선 얼굴이 떠올랐다.
가늘고 길게 찢어진 눈, 두툼한 입술, 깊이 패인 주름으로 거칠어진 피부. 여느 사람보다도 더욱 흉측한 용모였다.
어쩐지 강원주가 저토록 흡족해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강희진은 무표정한 얼굴로 거울 속 자신을 가만히 응시했다.
기묘하게도 낯선 얼굴임에도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분명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듯한 이목구비.
특히 코끝에 박힌 검은 점이 거슬렸는데 바라볼수록 알 수 없는 위화감이 피어올랐다.
강원주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귀를 울렸지만 그녀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사람처럼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너도 보아라. 이런 꼴을 하고서 사람들 틈에 섞여 있으면 과연 누가 다시 한 번 눈길을 주겠느냐?”
강원주는 초월의 소매를 잡아당겨 그녀를 강희진 앞에 세웠다.
‘사람들...’
순간 강희진의 눈이 번뜩이며 잊고 있던 기억들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전생에서 그녀가 아이를 낳던 날. 몸에 난 상처조차 제대로 아물기도 전에 강원주는 그녀를 냉궁 후원으로 끌고 갔다.
그곳에서 그녀는 채찍질을 당했고 혀가 잘렸으며 날카로운 갈고리에 배를 꿰뚫렸다. 온몸이 성한 곳 없이 만신창이가 되었고 심지어 얼굴 가죽마저도 산 채로 벗겨졌다.
그리고 마지막, 강원주의 발길질에 의해 깊고 메마른 우물로 내던져졌다. 그렇게 그녀의 비참한 생이 끝났다.
그날, 후원에는 열댓 명의 사람들이 서 있었는데 강 정승이 강원주의 출산을 돕겠다며 궁으로 들여보낸 이들이었다.
그들 사이에 한 여인이 있었다. 바로 지금 이 가면과 똑같은 얼굴을 가진 사람이었다.
당시 그녀는 처참한 고통 속에서 숨이 붙어 있는 것조차 기적이었다. 주위의 사람들은 모두 싸늘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볼 뿐이었으나 오직 그 여인만이 달랐다.
그녀의 눈에는 애처로운 기색이 어려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환각이라 여겼다. 그녀는 살아오는 동안 단 한 번도 타인의 연민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오직 어머니를 제외하고는.
과거의 장면들이 거친 회오리처럼 휘몰아쳤고 강희진은 가슴이 조여드는 듯한 답답함에 숨조차 쉬기 어려웠다.
만약 이 가면과 같은 얼굴이라면 그때 그 여인은 처음부터 이 가면을 쓰고 있던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 울컥이는 눈동자도...
설마 어머니일까? 누군가 어머니를 궁으로 데려와 자신의 딸이 짐승처럼 짓밟히는 모습을 똑똑히 보게 한 것인가.
그 생각이 닿는 순간, 강희진의 머릿속이 ‘쾅’ 하고 무너져 내렸다.
강 정승이 얼마나 잔인한지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아이가 태어난 순간, 자신이 버려질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발버둥 쳐서 살고자 하지 않았다.
그들은 어머니의 목숨을 빌미로 그녀를 협박했고 어머니로 하여금 딸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게 했다.
그렇게 철저히 그녀를 이용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절망을 안겨 주었다.
정말이지... 잔혹했다.
강희진은 혼이 나간 듯한 얼굴로 자신의 처소로 돌아왔다.
초월은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보고 걱정스러운 눈빛을 거두지 못한 채 곁을 지켰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강원주의 시녀가 그녀를 재촉하러 오자 강희진은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
“괜찮으십니까?”
초월이 걱정스럽게 물으며 축축하게 적신 손수건을 건넸다.
강희진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괜찮다.”
그러고는 손수건을 받아들어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천천히 닦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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