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빈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양현무의 시선이 향한 곳을 따라갔다.
그곳에서 선우진 일행의 뒷모습이 점점 흐릿해지더니 곧 모퉁이를 돌아 궁벽 깊은 곳으로 사라졌다.
“오라버니!”
숙빈은 점점 짜증이 나 목소리를 높였다.
양현무는 멍하니 눈을 돌리며 여전히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두 번 쳐다봤다.
“무엇을 보고 있으세요?”
숙빈이 눈을 찡그리며 물었다.
“그 민빈 마마 옆의 시녀가 참으로 이상하군요. 생김새는 그다지 뛰어나지 않지만 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습니다. 특히 그 몸매...”
양현무는 입을 톡톡 닫으며 얼굴에 어쩔 수 없는 미소를 띄었다.
“마마, 아까 그 아이의 뒷모습을 봤습니까? 시녀인데도 민비보다 더 매혹적이네요.”
말을 하며 양현무는 눈빛이 반짝였는데 마치 먹잇감을 보고 흥미를 느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숙빈이 얼마나 기분이 상했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흥! 오라버니가 그 요괴 같은 아이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면 빨리 명광궁에 가서 그 아이의 마음을 돌려 보세요. 오라버니 같은 분이 좋아한다고 하면 그 아이도 마음을 놓고 따를지도 모르잖습니까?”
숙빈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청심아, 장군을 밖으로 모시거라!”
말을 마친 숙빈은 성이 나서 발을 쿵 내딛고 고개를 돌려 안으로 들어갔다. 양현무는 그제야 상황을 깨닫고 급히 뒤따라 갔다.
“마마, 저를 내쫓을 셈입니까?”
양현무는 여섯 형제 중 유일한 여동생을 항상 아끼고 있었다. 숙빈이 화를 내자 그는 급히 마음이 불안해져 걸음걸이까지 급해졌다.
“폐하도, 오라버니도 마찬가지예요. 저와 강원주가 무슨 악연이 있길래 제가 아끼는 사람마다 빼앗겨야 해요?”
숙빈은 말할수록 서러움이 북받쳐 올라 자리 한쪽에 웅크리고 앉아 흐느끼기 시작했다.
이를 본 양현무는 안절부절못하며 방 안을 서성이기만 했다.
“오해십니다. 강원주 곁에 있는 그 나인에게 약간의 흥미를 느낀 것은 사실이지만 제 마음속에서 어찌 마마와 비교하겠습니까. 마마는 제 친누이입니다. 그 나인은커녕, 세상 그 누구도 마마보다 소중할 수 없지요.”
그 말은 너무도 진솔하여 거짓이라 여길 수 없었다.
“그러니 울지 마세요. 마마께서 이렇게 우시면 아버지께서 또 저를 벌하실 겁니다.”
양현무는 울상으로 애원했다.
숙빈은 다급히 양현무의 손을 붙잡았다. 혹여나 그가 선우진을 찾아갈까 봐 온 힘을 다해 붙들었다.
“아버지께서는 선황을 도와 대주를 세운 개국 공신이십니다! 흉노가 침략해 대주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을 때 아버지께서 저와 큰형님을 이끄시어 전란을 평정하셨지요. 그런데 이제 고작 후궁 하나를 처단하는 것도 허락하지 않으신다면 대주를 위해 목숨 바친 양씨 가문 군사들의 마음은 어찌 되겠습니까?”
양현무는 콧방귀를 뀌며 비웃었다.
“오라버니, 그런 말씀은 절대 입 밖에 내셔선 안 됩니다!”
숙빈은 황급히 주위를 살피고 혹여라도 누군가 듣고 있을까 염려하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전조와 후궁은 본디 분별이 엄격한 법. 오라버니께서는 신하로서 후궁의 일에 함부로 개입하셔서는 안 됩니다.”
오늘 선우영이 한 말이 그녀의 가슴에 깊이 새겨졌다.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된다면 제가 그저 넋 놓고 마마께서 당하는 걸 지켜보란 말입니까?”
양현무는 분을 삭이지 못한 채 고개를 홱 돌렸다.
“강원주를 꺾는 것이 폐하의 손을 빌려야만 가능한 일은 아니지요. 오라버니, 제가 좋은 방도를 하나 알고 있어요.”
숙빈은 미소를 머금고 의미심장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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