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드리자면, 영친왕 전하께서는 아직까지 혼인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폐하께서 전하를 위해 명문가의 규수를 물색해 주시면, 영친왕 댁도 좀 더 활기차지 않을까요? 폐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강희진이 선우진의 가슴에 살짝 기대며 복숭아꽃 같은 눈으로 유혹하듯 바라보았다. 선우진이 고개를 숙이자, 품 안의 미인이 순진하게 눈을 깜빡이며 애교를 부렸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 속 교활함은 숨기려 해도 뚜렷했고, 선우진은 이를 한눈에 꿰뚫어 보았다. 이토록 생기발랄한 강희진의 모습은 마치 들판의 흰 토끼처럼 겉으론 순해 보이지만 어느 순간 물어뜯을 수 있는 존재 같았다.
“화비가 짐에게 상기시켜 주었구나.”
선우진이 잠시 말을 멈추자 방 안에 또 다른 사람이 있음을 떠올렸다.
영친왕 선우영이 문득 거슬리는 존재로 여겨졌다.
“너도 나이 들어 첩실 하나 없는 건 체면이 아니지. 오늘이 좋은 날이니 짐이 직접 혼처를 정해주마.”
강희진이 방금 전 보였던 눈치 빠른 표정이 떠올라 선우진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사양하겠습니다, 폐하.”
선우영이 급히 고개를 저었다.
“신의 마음이 아직 정해지지 않아 타인을 망칠 순 없사옵니다. 오늘은 황제 폐하와 상의할 급무가 있어서 왔사오니, 자리를 옮겨 이야기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선우진이 이 일에 집착할까 봐 재빨리 몸을 일으켜 안쪽 방으로 사라졌다.
“폐하께선 급한 정무가 계시니, 소첩 잠시 물러나겠사옵니다.”
강희진이 팔짱을 풀려는 순간, 선우진이 다시 그녀의 허리를 잡아당겼다.
“허둥대며 오가는 게 피곤하지 않느냐?”
저음 속에 웃음기가 묻어나는 목소리였다.
“하지만...”
“나랏일 기밀도 아닌 것을.”
선우진이 차를 건네려던 손이 멈췄다.
강희진이 영친왕 방향을 응시하고 있는 것을 발견한 순간, 그의 얼굴에 서리가 내렸다.
“아음...”
등골이 오싹해진 강희진이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찻잔이 황제 입술에 닿은 후였다.
설명하려 입술을 떼지만 영친왕이 보는 앞에서 망설여졌다.
그녀는 추렵 계획에 빠져있었다.
전생의 기억으로 이번 사냥대회에 강상국이 참여할 것을 알고 있었지만, 황제는 그녀를 데려가지 않았다.
궁궐의 엄격한 규율 아래서 아버지를 만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추렵이 유일한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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