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 좀 지켜!”
소유진이 온하준의 소매를 살짝 잡아당겼다.
“우리 이만 가. 시간도 늦었고 내일 할 일도 많잖아.”
두 사람은 창백한 얼굴의 조아영을 그 자리에 남겨둔 채 그곳을 떴다.
“온하준!”
조아영이 뒤에서 소리쳤다.
“내일 기자회견, 준비는 잘했어?”
온하준은 돌아보지도 않은 채 손을 흔들며 들었다는 표시만 했다.
차에 돌아온 온하준이 어색한 듯 말했다.
“미안해, 이런 어색한 상황에 있게 해서.”
소유진이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예상했던 일이니까. 조아영은 하준 씨가 회사를 나간 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아. 특히 나와 함께 있는 걸 보니 더욱 그렇겠지.”
온하준이 한숨을 내쉬었다.
“고마워. 하지만 말을 그렇게 하면 안 되지.”
“조아영 씨 심정 이해해.”
소유진이 차 시동을 걸며 말했다.
“좋은 남편을 잃었고 이제는 회사의 핵심 프로젝트까지 위태로워지니 스트레스가 클 거야.”
소유진을 바라본 온하준은 그녀의 너그러움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상대의 상황까지 이해해주다니, 이런 모습은 조아영에게서는 결코 볼 수 없었다.
“아까 그 남자 알아?”
소유진의 물음에 온하준도 어딘가 익숙하다고 생각했지만 정확히 떠오르지 않았다.
“얼굴은 익숙한데 어디서 봤는지 잘 생각이 안 나. 재원 그룹의 협력사 사람인지 모르겠네.”
소유진이 생각에 잠겼다.
“담씨 가문 만찬에서 본 것 같은데...”
온하준이 깜짝 놀랐다.
“내일이면 알게 될 거야. 푹 쉬어. 내일은 결전의 날이니까.”
온하준은 호텔 입구에 선 채 흰색 마세라티가 점점 멀어지는 것을 바라봤다.
오늘 밤의 우연한 만남은 언제나 남자를 장난감으로 여겨왔던 조아영의 진짜 면목을 보여주었다.
호텔 방으로 돌아온 온하준은 창가에 기대어 밖을 내다보았다.
오늘 밤 소유진과의 저녁 식사에서 너무 오랜만에 편안함을 느꼈다.
하지만 조아영과 주석민이라는 남자를 마주친 건 여전히 충격이었다.
질투하는 건 아니었지만 한때 평생 함께할 사람의 정체를 알게 되니 왠지 모르게 실망스러웠다.
안명훈에게서 문자가 왔다.
[온 이사님, 담씨 가문에서 우리 핵심 기술자 몇 명과 직접 접촉했어요. 연봉 두 배에 지분도 준다면서요.]
온하준이 한숨을 내쉬었다.
[다들 어떻게 생각하는데요?]
[이사님 선택만 기다리고 있어요. 담씨 가문에 매수당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한 가지 알려드릴 게 있어요. 조지홍 회장님이 오늘 직접 조아영을 찾아가 일을 잘 처리하지 못한다고 혼냈대요. 그래서 부녀간에 큰 싸움이 있었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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