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대답하지 않은 온하준은 창밖의 비를 바라보다가 저도 모르게 과거의 일이 떠올랐다.
7년간의 결혼 생활, 달콤함도 고통도 있었지만 결국 모두 허무함으로 돌아갔다.
“그런 것 같아. 아쉬움은 있지만 사랑 같은 건 이제 없어.”
요리가 하나둘씩 나오자 두 사람의 대화도 점점 가벼워졌다.
각자의 대학 시절, 일상생활 속 에피소드, 좋아하는 책과 영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작은 식당에서 그들은 비즈니스의 암묵적인 전쟁과 내일의 고민을 잊고 평범한 사람으로서 잠시나마 음식을 즐겼다.
식사 후, 비가 그치자 소유진이 산책하자고 제안했다.
“근처에 오래된 거리가 있는데 밤공기가 좋아.”
가로등이 돌담길을 나란히 걷는 두 사람의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렸다.
온하준은 오랜만에 느껴보는 편안함에 도취했다. 이것은 7년간의 결혼 생활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었다.
“고마워.”
온하준이 갑자기 한마디 했다.
“오늘 네 덕분에 많이 힐링 됐어.”
소유진이 미소를 지었다.
“나도. 가끔 너무 바빠서 삶의 즐거움을 잊곤 하지.”
길모퉁이를 돌려던 순간, 익숙한 얼굴이 눈앞에 나타났다. 조아영이었다.
조아영은 한 남자의 팔짱을 끼고 보석 가게에서 나오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발걸음을 멈춘 온하준은 피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조아영이 그들을 이미 발견했다.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은 듯했다. 처음엔 놀란 표정을 짓던 조아영은 이내 분노하는 표정이더니 또다시 쓴웃음으로 바뀌었다.
“온하준?”
“기막힌 우연이네.”
온하준이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러게.”
소유진과 온하준을 번갈아 본 조아영은 두 사람이 가까이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방금 은하수 프로젝트 얘기하자고 전화할 때는 회사에서 야근 중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이제 보니 소 대표님과 데이트 중이었구나?”
“저녁 먹으며 업무 논의한 거야.”
“조아영.”
온하준이 단호하게 그녀의 말을 끊었다.
“난 이미 분명히 말했어. 재원 그룹엔 돌아가지 않을 거야. 어떤 조건이든, 난 지금 이노 테크놀로지의 사업 총괄 이사야.”
“소유진 씨 때문이야?”
조아영이 소유진을 가리키더니 화를 내면서 소리쳤다.
“얼마나 알고 지냈다고 벌써 이렇게 죽어라 따라다니는 거야?”
온하준이 눈썹을 찌푸렸다.
“조아영, 소 대표님께 함부로 말하지 마. 내 결정과는 상관없으니까. 내가 어디를 가는지는 내가 정하는 거야.”
“네가 정하는 거라고?”
조아영이 비웃었다.
“내가 볼 땐 조아영이 나보다 젊고 예쁘니까 바로 달라붙은 거 같은데...”
“그만해!”
온하준이 조아영의 말을 끊으며 최대한 분노를 억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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