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가영은 진예은과 장연수가 의뢰를 맡겼다는 걸 얘기할 수 없었다.
음식을 보낸 기업은 수십 개였고 그중 절반에 문제가 있었으니 잘못 건드렸다가는 화를 입을 것이다.
그래서 문가영은 일단 노블부터 설득해보려 한 것이다.
이 일을 크게 만들어서 좋은 건 아무도 없으니까.
문소운은 제작진이 있다는 말을 듣고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얘기했다.
“제작진이 촬영하러 간 거면 나한테 얘기라도 하지. 조 원장은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거야.”
“조 원장님이 전에 노블에 찾아갔는데 만나지 못하셔서...”
문소운은 겉으로는 엄숙한 표정을 지으면서 속으로는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가영아, 너 지금 날 의심하는 거야? 내가 일부러 그 아이들을 해치려고 했다는 거야?”
“그게 아니라...”
입술을 깨문 문가영이 시선을 내리고 얘기했다.
문소운은 그런 문가영을 보고, 또 진수빈을 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이 일을 어떻게 너한테 해명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돌아가서 조사해보마. 너도 알다시피 재단은 아주 바빠. 내가 모든 일에 참여할 수 없어. 나도 그 사람들이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다.”
문소운은 자기도 몰랐다는 식으로 얘기했다.
문가영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문소운이 직접 이 일을 지시했다는 증거도 없고 문소운도 이 일을 조사하겠다고 얘기했으니까 말이다.
여기서 문가영이 뭐라도 더 얘기해봤자 사이만 더 나빠질 것이다.
고아원은 너무 작고, 그에 비해 노블과 다른 기업들은 막중한 권력을 쥐고 있으니까 말이다.
원래부터 약자인 그들은 자본가들을 이길 수 없을 것이다.
문소운은 문가영에게 같이 저녁을 먹고 가라고 했다.
구혜림은 그런 문소운을 흘겨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아원과 노블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지는 진수빈과 상관없는 일이다.
진수빈은 발 벗고 나서서 다른 사람을 돕는 사람이 아니다. 그럴 시간도 없었다.
저녁 식사 내내 분위기는 아주 조용하고 서먹했다. 식사가 끝난 후 문가영은 눈치껏 떠났다. 저녁 근무 때문이었다.
진수빈은 더 머무르려는 듯 가만히 있었다.
그런 진수빈의 모습을 보면서 문가영은 약간 속상했다.
진수빈은 차가운 사람이긴 하나 이렇게 사람을 대놓고 무시한 적은 없었다.
문가영은 이를 꽉 깨물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수빈 씨, 얘기 좀 해요.”
진수빈은 여민지와 얘기를 나누다가 문가영의 말을 듣고 고개를 돌려 담담하게 얘기했다.
“바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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