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수빈과 여민지가 얘기하고 있는 건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그저 현재 병원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얘기하는 것이었다.
그러니 바쁜 것이 아니라 그냥 문가영과 얘기를 하기 싫다는 뜻이었다.
문가영은 손가락을 말아쥐면서 어색한 표정으로 그곳에 서 있었다.
마침 문지성이 돌아왔다.
문지성은 서류를 들고 들어오면서 외투를 벗었다. 외투를 벗자 주름이 간 셔츠가 보였다.
문가영을 흘깃 쳐다본 문지성은 인사 한마디 없이 문가영을 지나치면서 구혜림에게 물었다.
“아버지는요?”
구혜림은 차갑게 웃으면서 얘기했다.
“흥, 누가 집에 와서 고자질한 덕분에 서재에서 일 보시는 중이야.”
구혜림은 문가영을 쳐다보면서 얘기했다.
고개를 숙인 문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더는 지체할 수 없었기에 짤막한 인사만 남겨두고 집을 떠났다.
문지성은 구혜림에게 장난스레 얘기했다.
“그렇게 화를 내시면 어떡해요. 주름 생기겠어요.”
구혜림은 문지성을 쏘아보았다. 문지성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서류를 들고 문소운을 찾아갔다.
진수빈은 여민지를 보더니 갑자기 얘기했다.
“병원에 갈 준비를 해야겠어.”
여민지는 그런 진수빈과 같이 일어났다. 두 사람은 오늘 저녁 근무가 있었다.
서재로 들어간 문지성은 문소운이 어두운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버지, 무슨 일이에요?”
문소운은 문지성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흠칫하더니 표정을 굳히고 미간을 꾹 누르면서 얘기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요즘 재단에 일이 많아서 머리가 아파서 그래.”
문지성은 서류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대수롭지 않게 얘기했다.
“문가영을 호적에서 파버린다고 했잖아요. 그게 언제예요.”
...
병원에 온 문가영은 진수빈과 여민지를 마주하고 약간 놀랐다. 두 사람을 만나게 될 줄 몰랐기 때문이다.
오는 길에 비가 내려서 우산을 챙기지 않은 문가영은 비를 맞으며 병원에 도착했다.
그러다가 입구의 주차장에서 진수빈이 여민지를 위해 우산을 들어주는 것을 목격했다.
진수빈과 문가영의 두 눈이 마주치는 순간, 진수빈은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
여민지는 문가영을 보면서 약간 놀랐다.
“병원에는 무슨 일로 왔어?”
“오늘 저녁 근무라서요.”
문가영이 대답했다.
비가 너무 세게 내린 것은 아니었지만 우산이 없어서 가방으로 비를 막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옷과 머리카락이 젖어서 더욱 꾀죄죄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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