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문이 열렸을 때 진수빈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문가영은 일부러 진수빈을 피하고 있었고 이젠 진수빈과 할 말도 없다고 생각했다.
조금 옆으로 자리를 옮긴 그녀는 진수빈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진수빈은 피하는 그녀의 행동에 왠지 모르게 속에서 열불이 솟구쳤다.
문가영은 과에 살림이라도 차린 듯 지난 며칠 동안 여전히 집에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자신을 피해 다니는 이 느낌이 무척 불편해 진수빈은 어두워진 눈빛으로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문가영이 안으로 들어서려는데 손목을 잡아끄는 진수빈의 손에 이끌려 연구실로 향했다.
연구실에는 아무도 없었고, 문이 쾅 닫히는 순간 진수빈의 요동치는 감정도 한계에 다다랐다.
그는 고개를 돌려 문가영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요즘 일이 바빠?”
그게 아니면 왜 집에 오지 않을까.
문가영은 여전히 잡힌 손목이 아파 살짝 비틀며 말했다.
“이것 좀 먼저 놔줘요.”
진수빈은 빤히 그녀를 응시했다. 감정이 격해진 상황에서도 그의 이성은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그는 문가영의 손을 놓으며 무심한 어조로 말했다.
“집에 있는 네 물건들이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데 난 건드리고 싶지 않아.”
비록 한동안 집에 돌아가지 않았지만 전에 빨래를 했던 게 떠올라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오늘 밤에 가서 정리할게요.”
진수빈은 얼굴을 찡그렸다.
“오늘 너 당직이야.”
“정리하고 돌아와야죠.”
“다시 온다고?”
미간을 더욱 찌푸린 채 불쑥 말을 뱉은 진수빈은 자신이 필요 이상의 말을 했다는 것조차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멈칫하던 문가영은 뒤늦게 고개를 끄덕였다.
피할 곳이 없었던 그녀는 그의 ‘괴롭힘’을 고스란히 당할 수밖에 없었다.
키스에 두 다리에 힘이 풀리기 직전이 되어서야 문가영은 비로소 풀려났다.
고개를 든 순간 소유욕으로 가득 찬 진수빈의 눈빛을 마주했다.
눈가가 살짝 붉어져 있어 오른쪽 눈가 아래에 있는 붉은 점까지 매혹적으로 보였다.
이런 진수빈의 모습은 처음이라 문가영은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거의 도망치다시피 빠져나온 그녀는 병원 입구로 향할 때까지 떨리는 심장 박동이 진정되지 않았다.
함영희는 멀리서 문가영을 보고 반갑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넸다.
“가영 씨!”
“여긴 어떻게 왔어?”
“엄마가 몸이 안 좋아서 같이 검사받으러 왔다가 내가 직접 구운 과자도 가져왔어.”
말을 마친 함영희가 무심한 척 물었다.
“요즘 부서 상황은 어때?”
그녀 본인에 대한 처벌을 묻는 것임을 문가영은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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