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예은은 문가영의 청력에만 신경을 쓰느라 팔을 다친 것을 몰랐다.
진수빈의 시선이 문가영에게 닿았다. 하얀 피부 위로 새빨간 피가 흐르고 있었다.
진수빈은 차가운 표정으로 담담하게 얘기했다.
“응급실로 가서 상처를 치료받고 가.”
문가영은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못 들은 것처럼 말이다.
진수빈은 그런 모습을 보면서 이상하게 짜증이 났다.
전에는 문가영이 이렇게 연약하다는 것을 몰랐는데 인제 보니 팔다리도 가늘고 목도 가늘어서 바람불면 당장이라도 날아갈 것 같았다.
진예은은 참지 못하고 문가영을 막아서서 말했다.
“두 분, 아직도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어요?”
진예은은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면서 진수빈을 훑었다.
“환자를 향한 관심 반 만큼이라도 가영이한테 줘봐요. 가영이는 보청기를 뺐어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고요.”
진수빈은 약간 흠칫하면서 문가영을 쳐다보았다.
문가영은 진수빈의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마치 두렵다는 표정으로 말이다.
문가영은 진예은의 손을 꽉 잡았다. 그건 문가영이 지금 안절부절못하고 있다는 뜻이야.
진수빈은 어두워진 시선으로 물었다.
“왜 보청기를 뺀 거지?”
진예은이 해명하려는데 문가영이 진예은의 손을 잡고 계단으로 내려갔다.
진수빈에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진수빈은 문가영을 귀찮아할 것이 뻔하니까 말이다.
진예은은 문가영이 상처를 치료받는 것을 같이 봐주었다. 이윽고 진예은은 회사로부터 호출 전화를 받았다.
[일단 너부터 데려다주고 갈게.]
전화기에서는 문소운의 짜증 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문가영, 너 지금 어디야. 임지아 씨가 너 때문에 쓰러진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거야! 기자들이 이미 다 찍었어. 임지아 씨는 너 때문에 쓰러진 거야. 그러니 넌 무조건 임지아 씨한테 사과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우리 가문 망신이야!”
진수빈이 중저음 목소리로 대답했다.
“지금 병원에 있습니다.”
문소운이 흠칫하더니 물었다.
“가영이가 왜 병원에 있는 거야? 출근 정지당한 것 아니었어? 수빈아, 가영이가 철이 안 들어서 그래. 미안하다.”
“임지아 씨는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문소운은 알겠다고 작게 대답한 후 진수빈에게 얘기했다.
“수빈아, 가영이는 간호사일 뿐만이 아니라 사고뭉치니 네가 파혼하겠다고 해도 이해해 주마.”
그리고 한숨을 쉬더니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민지보다 훨씬 못하지. 가영이가 네 발목을 잡을까 봐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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