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가영은 잠시 멈칫하다가 설명했다.
“이건 슬기 이모가 전해달라고 하신 거예요.”
눈빛이 어두워진 진수빈은 문가영을 보고는 눈썹을 찌푸리더니 짜증 난 표정을 지었다.
“그럼 돌려주고 다시는 내 일을 방해하지 말라고 전해.”
‘방해’라는 단어는 마치 문가영을 향해 말하는 것처럼 일부러 약간 강조하며 말했다.
여민지는 책상 위의 보온 통을 흘끗 보며 말했다.
“의사 사무실은 사랑을 나누는 곳도 구내식당도 아니에요.”
입술을 깨물며 진수빈을 올려다본 문가영은 그의 얼굴에 짜증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문가영이 낮은 목소리로 사과했다.
“죄송해요, 이 시간에 오지 말았어야 했는데.”
진수빈은 눈도 깜빡하지 않은 채 책상 위의 각종 자료들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신경외과의 환자들은 모두 생사가 달린 중증 환자들이었기에 진수빈은 모든 정신을 집중해야 가장 정확한 치료 방안을 연구해낼 수 있었다.
보온 통을 들고 다시 진료실을 나온 문가영은 복도에 기대어 임슬기를 기다렸다.
무거운 표정으로 복도에 온 임슬기는 문가영의 손에 든 보온 통을 보고도 놀라지 않았다.
“안 먹겠다고 했지?”
문가영이 설명했다.
“바빠서 시간이 없대요.”
하지만 임슬기는 문가영이 어색해하는 것을 한눈에 꿰뚫어 보았다.
“너한테 또 잔소리했니?”
진수빈이 어떤 성격인지 모두가 잘 알고 있었다.
이것이 임슬기가 진수빈과 친해질 수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문가영은 시선을 내린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에요. 제가 수빈 씨의 근무 시간에 방해를 한 거예요. 슬기 이모, 죄송해요.”
그녀는 말을 마치고 보온 통을 임슬기에게 건넸다.
임슬기가 말했다.
“안 마시겠다고 하니 네가 마셔. 원래 널 주려고 한 거야. 수빈이는 그냥 온 김에 챙긴 거고.”
진경수가 귀띔하지 않았다면 임슬기는 진수빈을 생각도 못 했을 것이다.
“슬기 이모, 제가 조사 안 해본 줄 아세요? 병원의 그 많은 CCTV를 다 찾아봤지만 아무런 문제도 발견하지 못했어요.”
이 일에 대해 문가영은 누구보다도 급했다. 모두가 그녀에게 증거를 내놓으라고 했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방우지와 함께 병원의 모든 CCTV를 확인했지만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임슬기가 문가영을 보며 갑자기 물었다.
“임지아 병실에 출입하는 사람들은 정해져 있니?”
문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하지만 의사 선생님은 수빈 씨이고 간호사는 과 간호사와 선임 간호사뿐이에요. 믿을만한 사람들이에요.”
“청소부는?”
그 말에 청소부를 생각하지 않았던 문가영은 깜짝 놀랐다.
청소하는 청소부는 확실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부분이었다.
임슬기가 낮은 목소리로 귀띔했다.
“내가 들어갔을 때 청소부가 마침 청소를 하고 있었어. 하지만 너도 주의를 기울여봐. 우리 학교에서도 한번 도난 사건이 있었는데 청소부와 경비원이 공범이었어.”
문가영은 무엇인가 생각하는 듯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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